해發芽記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제26회)

인디애니

주재형 | 16mm | 칼라 | 15분 50초 | 1999년

SYNOPSIS

해發芽記"는 한 존재가 거대한 시스템의 그림자를 벗어나 빛을 보는 과정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DIRECTING INTENTION

작품 <해발아기(해發芽記)>를 기획한 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문명과 자연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지고 최근의 균열과 그 극복을 저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상징화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등장하는 사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씨들, 붉은 새, 그리고 거대한 돌로 된 꽃 같은 구조물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은 인간은 보이지 않는 자연에서 나타납니다. 저는 여기서 해바라기를 인간들이 속한 개인들의 집합체로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해바라기 씨들은 한 개인들인 셈입니다. 그러면 붉은 새들은 무엇일까요?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모든 해바라기 씨들은 붉은 새로 변환합니다. 즉 해바라기 씨와 붉은 새는 같은 개인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같은 존재입니다. 즉 해바라기는 실제로는 움직일 수 없지만 새로 변환됨으로써 활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붉은 새는 변화된 개인, 운동하는 개인,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개인을 상징화한 것입니다.
한편 돌기둥 같은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고 돌 꽃잎을 여는 구조물은 문명을 나타냅니다. 인간이 돌을 이용하여 그것을 땅위에 세울 때부터 우리의 문명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돌의 구조물은 계속 전진하는 인간의 문명입니다. 마치 높은 빌딩같기도 합니다. 그것은 작은 개인 혹은 작은 개인들의 집단을 가립니다. 그 커다란 무게와 중압감으로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 작은 해바라기가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을 가리고 해를 쳐다보지 못하게 합니다. 너무 거대해진 문명의 폐해입니다. 그리고 그 돌 구조물의 내부에는 전구 안에서 중계되는 해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간접성을 의미합니다. 평원의 작은 해바라기가 해를 직접 바라보는 데 반해 이 돌의 구조물 내의 머리가 뻥 뚫린 씨 없는 해바라기들은 전구 안에서 간접적으로 비쳐진 인공의 해를 바라봅니다. 그러므로 씨가 없이 꽃의 한가운데가 비어있습니다. 떠 있는 수많은 인공의 태양들. 그리고 그 둘레를 돌고 있는 더 이상 해바라기가 아닌 해바라기들. 이런 자연과 문명 내의 개인들의 간접적인 만남이 현대의 환경문제나 기타 여러 문제들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부분은 붉은 새들의 행동들입니다. 그들은 땅 위에 곤두박질하여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더 많은 씨를 가질 수 있는 식물, 해바라기로 변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땅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거대한 돌의 구조물의 핵심인 유리렌즈에 박치기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희생을 통하여 결국은 하나의 해바라기를 돌 구조물의 유리렌즈에 피웁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돌 구조물 전체에 해바라기를 피우게 됩니다. 새의 이러한 행위는 현재의 삶의 방식들에 대한 새로운 전환을 의미합니다. 그냥 자연과 문명의 불균형이 극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의 터전의 전혀 새로운 곳에서가 아닙니다. 붉은 새는 꽃을 돌기둥 위에 피웠습니다. 즉 돌 구조물은 파괴의 대상이 아닙니다. 완전히 없애서 소멸시켜야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터전인 문명인 것입니다. 그곳에서만이 새로운 해바라기가 다시 피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문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었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이란 매체를 좋아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애니메이션이 가지는 소통적인 힘이었습니다. 생명력 있으면서도 강력한 표현의 힘은 애니메이션 자체만으로도 끌리지만 이것이 어떤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보는 이에게 작은 물음 하나라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런 바램이 제가 이 작품을 시작한 작은 동기입니다.

DIRECTOR

주재형

STA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