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향기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단편)
김해원 | 2008|Fiction|Color|HD|21min
SYNOPSIS
홍기는 시나리오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멘토인 박 교수를 찾아간다.
시나리오에는 실제인물인 홍기와 혜진이 등장하는데...
교수는 혜진이 단지 홍기의 대상으로 묘사되어,
이러면 그저 ‘나쁜 년’이 될 뿐이라고 충고한다.
홍기는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본다.
DIRECTING INTENTION
연출자의 자전적인 영화로서,
역시 자신의 경험을 영화로 풀어내고자 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혜진'이라는 실제 인물이자 시나리오 속의 인물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 '홍기'가 그의 멘토 '박 교수'와 상담하고, 기억이자 허구인 시나리오를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이 품었던 의문을 풀어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09 인디포럼
2009 제1회 한중대학영화제
DIRECTOR

김해원
2006 < Sound of Silence >
STAFF
연출 김해원
제작 한승희
각본 김해원
촬영 강상협
편집 김해원
조명 강상협
미술 이은하
음향 전영현
음악 김해원
출연 이경호, 엄윤재, 나병일
PROGRAM NOTE
많은 학생영화들이 손쉽게 택하는 두 가지 소재가 있다. 하나는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는 실패한 연애사의 아픔에 관한 것이다. 물론 두 문제 모두 영화를 하며 사랑을 하며 젊은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분모이며 여전한 난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종종 영화적으로 무력하게 끝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바나나 향기>는 공교롭게도 이 두 소재를 모두 취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역전이 여기에 있다. 피할 수 없는 혹은 자칫 상투적으로 전락할 이 두 개의 상황을 <바나나 향기>는 대면시킨 다음 구성적으로 신중하게 골몰한다. 영화과 학생 홍기는 지금 학교 과제로 영화를 만들고 있고 담당교수 앞에서 영화의 내용을 설명중이다. 그가 설명을 시작하자 거두절미하고 홍기가 쓰는 시나리오 속 내용이 펼쳐진다. 과거 자신의 연애사에 빚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실패한 연애담. 그런데 영화는 한 번 이렇게 허구 안으로 들어간 뒤 다시 현실로 빠져 나오지 않고 판타지의 어딘가에서 멈춰 선다. <바나나 향기>의 매력은 영화 만들기와 연애하기라는 이중의 어려움에 대해 현실적 응석을 부리는 대신, 교묘히 뒤섞인 허구적 세계 안에서 이 두 문제들이 영원히 질문의 상태로 남겨지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마지막 장면에 놓인 남녀 주인공의 대사는 강렬하면서도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썩는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는 이거 분명 사랑이야”. 주인공 홍기가 정체불명의 검은 봉지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은 다음 그렇게 말하자 건너편에 앉은 혜진이 까르르 웃은 다음 말한다. “아니야 바나나향기야”. 악취와 향기에 관한 ‘청춘영화비망록’.
정한석/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