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그, 저 귓것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오멸 | 2009|Fiction|Color|HD|90min 56sec

SYNOPSIS

마을의 조그만 점빵을 풍경으로 이뤄지는 사건들.
술만 마시면 평상에 누워 잠을 자는 하르방과 매일 다투는 점빵 할망.
서울에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노래하는 용필이.
그에게 기타를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뽕똘과 댄서 김.

DIRECTING INTENTION

발전이라는 이름아래 훼손되어지고 있는 고유 정서와 생활의 패턴들 가슴이 아프다.
관광의 섬이라는 강요아래 제주인의 삶은 여전히 자연보다 무관심한 대상이며,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귓 것”닮은 삶속에 해매이고 있지 않은가?
“어이그 저 귓것”은 “어이그 저 바보같은 녀석”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귓것’은 귀신의 것, 혹은 귀신이 데려가 버려야할 바보 같은 녀석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예술한다는 우리 모두는 “귓 것”이 아닐까..

FESTIVAL & AWARDS

2009 제26회 후지쵸 후루유 한일해협권영화제

DIRECTOR
오멸

오멸

2003 < 머리에 꽃을 >
2004 < 립스틱 짙게 바르고 >

STAFF

연출 오멸
제작 서향미
각본 오멸
촬영 김경섭
편집 김경섭
조명 성민철
미술 조은
음향 황태승, 박경필
출연 오영순, 문석범, 양정원, 이경준, 김대영

PROGRAM NOTE

네 남자가 있다. 기타 하나 메고 제주로 돌아온 전직 가수, 술에 취한 채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퍼져 자다가 담벼락에 소변이나 보는 할아버지, 음치이면서도 기타와 노래를 배우겠다고 전직 가수를 따라 다니는 허름한 가장, 그를 따라 다니는 똥싼 바지의 춤추는 청년. 그들은 하나같이 못나고 찌질하다. 때로 아웅다웅 다투면서도 그들은 어느새 가까워진다. 그들 주변에는 건실하게 농사짓는 이웃들과 대형마트가 들어설 것을 걱정하는 구멍가게 주인 할머니, 밖으로 나도는 남편을 대신해 억척스레 집안을 꾸려가는 아기엄마가 있다.
<어이그, 저 귓것>은 조금은 밋밋하기도 한 줄거리와 줄거리 사이사이 노래를 타고 흐르는 제주의 풍광이 스르륵 엮여있는 영화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제주의 풍경은 잘 다듬어 화려하게 포장한 관광지의 모습이 아니라 순박한 삶의 공간이다. 제주방언으로 나누는 인물들의 대화는 자막의 도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영화 속 풍경과 방언은 모두 제주만의 것으로, 이 영화를 매우 특이해 보이도록 해준다.
하지만 방언과 풍경이 주는 낯선 느낌을 걷어내면 그 안에는 지겹도록 익숙한 루저들의 이야기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서민들의 미래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구석구석 뻗쳐 소상인들의 목을 죄는 거대자본의 손길도 있고, 그나마 희망을 찾아보겠다고 고향을 등지는 젊은이들도 있다. 감독의 말대로 ‘귓것’에 ‘귀신한테 잡혀가버려야 할 것’이라는 뜻이 있다면, 진정 ‘귓것’은 찌질하게 사는 주인공 네 남자가 아니라 이렇게 모두가 찌질하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땅의 현실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허경/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