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신수원 | 2009|Fiction|Color|HD|90min

SYNOPSIS

지완은 아들을 둔 30대 후반의 영화감독이다. 수년간의 작업 끝에 시작된 그녀의 첫 영화는 잘 진행되지 않는다. 어느 날 시나리오를 쓰는 데 지친 그녀는 커서가 개미로 변화는 환상에 시달린다. 그 후 작업을 중단했던 지완은 물웅덩이에 비친 무지개의 환상을 본 후 다시 재기, 다음 영화를 준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완은 빈 공연장에서 환상곡과 마주치게 되고 길에 버려진 악보를 줍는다. 그후 영감을 받아 ‘레인보우’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게 되지만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이후 거듭되는 작업으로 지쳐가던 지완은 아들 시영이가 상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시스템 속에 갇혀 길을 잃고 헤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때 열심히 사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길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잃고 말았다.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았다.
때론 이정표 없이 가야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아무 데도 없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걸어가도 좋지 않을까?

FESTIVAL & AWARDS

프리미어

DIRECTOR
신수원

신수원

2002 < 사탕보다 달콤한 >

2003 < 면도를 하다 >

2008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영상

STAFF

연출 신수원
제작 신수원
각본 신수원
촬영 한태용
편집 이현미
조명 조일수
음향 김수현
출연 박현영, 백소명, 김재록, 이미윤, 양종현, 조현숙, 정인기

PROGRAM NOTE

포부는 당차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영화가 찍고 싶었던 30대 교사 지완은 사직서를 제출한다. 모두가 미쳤다며 만류하고, 남편과 아들도 탐탁지 않게 받아들인다. 지완은 몸으로 부딪쳐 본 후에야 영화판이 녹록치 않다는 걸 깨닫는다. 5년간 발품 팔며 온갖 궂은일 다 해보지만 남은 건 달랑 명함하나. 시나리오를 쓸 때마다 PD와 영화사 대표에게 거절당하는데, 한결같은 소리를 듣는다. 상업성이 부족하다거나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이라는 게 거절의 이유다. 급기야 시나리오를 묵히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영화가 김치나 된장도 아닌데 왜 묵히라는 걸까.
영화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영화사는 자본의 논리를 가르친다. 지완은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 관객의 눈높이와 작가의 자의식,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제작자들은 감독과 시나리오의 사용가치를 예상 관객동원 수로 평가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건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게임이다. 장기에 비유하자면 영화판에서 투자가는 왕이지만, 감독은 왕을 위해서 움직이는 졸에 불과하다. 투자가들은 감독의 생사여탈권을 쥔 절대 권력자고, 돈의 흐름은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절대요소다. 이 권력 게임에서 지완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고목나무가 된 양 주구장창 기다리다가도 시나리오를 고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불철주야 작업에 몰두한다. 지완에게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란 안개 속을 걷는 것이며, 출구가 없는 미로를 걷는 것과 같다. 이처럼 <레인보우>는 한 영화감독의 희망과 열정을 좀 먹는 영화판의 법칙을 보여준다. 분명 갖은 수모와 고초를 참아가면서도 입봉을 기다리는 지완의 모습에는 어딘가 살가운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판의 생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관객이 영화에 대해 품고 있었을 낭만은 깨진다. 맛집에 가면 주방을 기웃거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보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텁텁한 맛이 남는 영화다.

이도훈/서울독립영화제2009 관객심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