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국내초청(장편)
김정 | 2009|Fiction|Color|HD|95min
SYNOPSIS
경(Viewfinder) 은 남강 휴게소에서 오고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정경은 여자 동생 후경을 찾고 있고, 직장을 잃고 휴게소에 머물게 된 창은 컴퓨터 도사다. 통영 지역미디어의 기자이자 사진작가인 김박은 휴게소에 자주 들른다. 휴게소 직원이며 유명 블로거인 온아는 새로운 아시아 하이웨이를 꿈꾼다. 88만원 세대가 그리는 가상의 여행이기도 하다.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소통을 보여준다.
DIRECTING INTENTION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본 사람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불빛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을
길항하는 등대 같다고 느낀다.
혹, 절박함은 그만하지 않을지 몰라,
그러나 위안의 감도는 비슷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10대의 여동생이 가출했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 무렵의 경은
남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낸 동생의 문자를 받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가 남강 휴게소에 도착한 새벽,
창이라는 남자도 도착한다.
마술처럼 컴퓨터를 다루는 창.
그녀는 남강 휴게소 주변을 찾아 헤매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이용해 청소년 가출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남강 휴게소에는 온아가 근무하고 있고
통영 한산 신문의 김박이라는 기자가
기획 기사를 쓴다고 자주 들른다.
경, 창, 온아, 김박 4명의 남녀는 서로 만나지만
만나지 못하고
찾지만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 각각 나름의 치유를 하게 된다.
실종과 가출의 시대다.
그런가하면 디지털의 시대다.
이런 시대,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문자로, 전화로 , 이미지로 전하는가?
어떻게 서로를 찾는가?
아, 찾지 못하는가?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정
2000 < 거류 >
2002 < I’ll Be Seeing Her >
2004 < New woman: her first song >
2004 < A Runner’s High >
STAFF
연출 김정
제작 얼 잭슨 주니어
프로듀서 이원재
각본 김정
촬영 박기웅
편집 엄윤주
조명 박기웅
음향 김원
음악 장재호
출연 양은용, 이호영, 공예지, 문하인, 최희진, 김태훈
PROGRAM NOTE
우선 이 영화를 읽는 몇 개의 가능한 길을 말하려고 한다. 하나는 모녀관계, 혹은 자매관계에 서린 애도되지 못한 회환, 증오, 슬픔, 그리움 등을 따라가서 여성 자신의 불안하고 모호한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시대, 창을 통해 안에서 밖을 보는 길, 밖에서 안을 보는 길, 혹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 세상으로부터 숨는 길, 그리하여 창 그 자체와 소통하는 길 등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을 함께 엮어내어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근사하겠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감독이 영화평론가 김소영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을 때, 이 작품을 논리적인 틀로 설명해내려는 우리의 욕망은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나는 거의 확신하는데) 그런 방식의 읽기를 택하는 건, 상당히 복합적인 이 영화의 내용을 정리하기에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경>을 지탱하는 그 수많은 창들이 실은 누군가의 마음이고 그 마음의 이미지이자 기억이라는 점을 놓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지적인 내레이션과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구조가 영화를 진행하고 있고 우리를 압도한다고 해도, <경>이 분석을 앞세우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영화 속 인물들이 끈질기게 뷰파인더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고 거기서 안도하는 것처럼 보일 때, 진부한 누군가는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인간소외를 전면화하는 순간이라고, 또 누군가는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가능성이라고 단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분화 된 접근은 이 영화의 관심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창이 포착한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창에 이미지를 불러오는 행위가 중요한데, 그 행위는 결국 이미지에서 삭제되고 상실된 것들, 창과 창 사이에 존재하는 망각된 어떤 흔적들을 영화의 현재 안으로 불러내기 위한 지극히 영화적인 노력처럼 보인다. 창에서 또 다른 창으로 단절되거나 열리는 영화의 구조처럼, 여기서 인물들의 상처어린 기억과 한국사회의 파편화된 상흔은 총체적으로 복구되는 대신 지속적으로 분열된다. 그 분열의 자취들이 바로 <경>의 지도이며, 이 고독한 지도의 궤적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경>이 보인다.
남다은/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