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장률 감독 특별전
장률 | 2007|Fiction|35mm|Color|95min
SYNOPSIS
외국인들에게 북경어 강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쑤이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녀의 수업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그 중에는 “이리 열차 폭발사고”로 온 가족을 잃고 중국으로 온 한국인 김광철도있다. 마음속으로 그를 의지하고 있던 쑤이는 그가 중국도 한국만큼이나 지겹다며 몽골로 떠나겠다고 하자 쓸쓸함을 느낀다.
어느 날 매춘여성을 상대한 혐의로 공안에 검거된 아버지 때문에 경찰서에 호출된 쑤이. 경관인 왕위의 호의로 아버지가 무사히 풀려나게 되자 왕위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날 밤, 그의 권총을 훔친다.
한편 쑤이의 동네가 철거촌으로 결정되고, 이에 맞서고자 시위를 하던 동네 사람들도 점차 포기하고 하나 둘 동네를 떠난다. 마음 붙일 곳을 잃은 쑤이는 유부남인 왕위에게 여러 명의 애인들이 있음을 알고 절망하게 되는데…
DIRECTOR

장률
2001 < 11세 >
STAFF
연출 장률
제작 윤병기, 조성규
촬영 리씨
편집 왕하이타오
조명 쉬밍
미술 차오레이, 주꽝쉔
녹음 왕란
의상 주꽝쉔
분장 주꽝쉔
출연 궈커위, 허궈펑
PROGRAM NOTE
거리에는 창녀들이 서성이고, 차창 너머로 깡패들이 사람을 죽여도,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쳐갈 뿐이다. 거대한 도시는 말이 없지만 무거운 공기로 모든 것을 누르고 있다. 이 도시에는 쑤이라는 중국어 학원 교사가 살고 있다. 북경 표준어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쑤이에게 언어는 생계의 수단이지만, 아버지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는 것이 또한 언어이기도 하다. 이렇듯 언어는 쑤이에게 하나의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매춘을 하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면서 창녀의 뺨을 때리는 쑤이는, 시간이 지난 후 그 창녀 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워 물게 된다. 쑤이에게 섹스는 언어를 대신하는 또 다른 소통의 수단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유일한 소통의 수단일는지도 모른다. 쑤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중경이라는 잿빛 도시는 처연하면서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되어버린다.
어느 날 쑤이는 자신이 가르치던 한국인 학생으로부터 이리역의 폭발 사고에 대해 듣게 된다. 왜 중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 한국인 학생은 이리역 폭발사고로 가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적 능력마저 잃어버렸다. 중경이 한국만큼 지겨워진 이 한국인 아저씨는 중경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며, 쑤이에게 중경을 떠나볼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폭발 직전의 도시’ 중경은 <이리>와 조우한다.
한 편의 영화로 기획되었다가 두 편의 영화로 제작된 한 쪽 <중경>. 어느 한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두 편의 영화는 하나의 시간 속에 엉기어 들어간다.
김수현/서울독립영화제2009 해외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