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장률 감독 특별전
장률 | 2003|Fiction|35mm|Color|86min
SYNOPSIS
수전증을 가진 중년의 소매치기 남자의 유일한 기쁨은 화장실에서 옆집 노인의 일상사를 듣는 것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당시 강좌를 듣는 것이다. 여자친구는 그의 흥미를 유발하려고 금고 터는 계획을 세우지만, 그는 약속을 어기고 이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DIRECTOR

장률
STAFF
PROGRAM NOTE
프레임의 반을 메우고 있는 벽면은 닫혀있는 중년의 소매치기의 마음과도 같은 것일까. 시종일관 영화는 물음과 대답 없음의 반복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률 감독도 예전에 언급했듯이 <당시>는 감독의 그림자가 많이 들어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은 집에만 틀어박혀 살고 있으며 바깥세상과 소통하기 싫어한다. 혼자 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전혀 폐를 안 끼치는 사람이다. 같은 소매치기 파트너가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자물쇠도 몰래 바꾸어 버린다. 그녀가 질문을 해도 시종일관 대답하지 않는다.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 역시 소통하기 싫어하고, 항상 겸손하며, 자기 집 앞 복도를 매일 청소하는 인물이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는 항상 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당시>의 프레임에도 벽이 존재한다. 이 벽은 관계들 사이의 묘한 긴장을 만들어 낸다.
장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당시>는, 엄격한 형식의 당시 속에 숨겨진 자유분방한 내용을 영화 속에 표현해 보고자 한 감독의 열망이 숨어 있다. 삭막하고 갇힌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자유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이 삶의 고독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독의 나락, 관계의 긴장과 이완이 장률만의 독특한 프레임 구성으로 <당시> 속에 재현되어 있다.
김수현/서울독립영화제2009 해외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