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무통으로 가는 길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
메즈 구즈만 | Philippines|2005|Fiction|DV| Color |89min
SYNOPSIS
남매가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절벽 사이 다리를 건넌다. 학교를 오가는 남매의 일상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돼지를 돌보고, 병든 할아버지를 돌본다.
DIRECTOR

메즈 구즈만
STAFF
PROGRAM NOTE
남매가 산을 넘고 강을건너고 절벽 사이 다리를 건넌다. 학교를 오가는 남매의 일상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돼지를 돌보고, 병든 할아버지를 돌본다. 밤이 되면 생계를 책임지는 손위 형들과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한다. 그러나 잃을 것 없어 보이던 이 소박한 삶마저 위험에 빠진다. 형들이 일하는 광산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가족은 굶주림의 위협에 빠지게 된다.
‘칼리무통으로 가는 길’은 어린 남매가 학교로 가는 길이다. 영화의 절반이 이들의 곡예에 가까운 등하굣길에 할애되어 있다. 분명한 것이 이 길이 상투적인 희망적인 미래나 빈곤의 탈출을 약속하는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길은 그저 최악의 고립을 막아주는 길일 뿐이다. 그러나 그 길은 결국 ‘나’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길이다. 생존을 넘어서 인간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길. 그래서 남매는 목숨을 걸고 칼리무통으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일 것이다.
메즈 구즈만 감독이 이 산골마을에 들어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다큐멘터리였을지 모른다. 생계를 위해, 교육을 위해 이동하는 것에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단조로움에 감독 자신조차 질려버려 무시무시한 사건을 삽입한 것인지 모를 일이라 느껴질 만큼 이야기는 단조롭고 그래서 가족을 덮친 사건은 공포스럽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백만 원 남짓한 돈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그럼에도 DV로 제작한 영화라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공들인 화면구성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지며 산골마을의 적막함과 평화로움이 조화를 이룬다.
조영정 /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