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중의 살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이원우 | 2010|Experimental|B&W|35mm|10min
SYNOPSIS
비슷하게 반복되지만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은 내 몸의 경험들을 속옷, 엑스레이, 레이스 등을 이용한 포토그램으로 기록하고, 내가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내 몸에 대한 타자의 경험들을 사운드 녹음과 포토그램으로 생성된 사운드 파장으로 기록했다
DIRECTING INTENTION
여성으로의 내 몸의 기억과 경험을 나의 '살'이라고 생각하고
속옷과 뼈 사이의 공간을 통해 내 살을 표현한다.
살을 가리는 것과 살이 가린 것 사이의 공간은 내가 감추고 싶으면서
드러내고 싶은 나의 몸이기도 하다.
FESTIVAL & AWARDS
2010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DIRECTOR

이원우
2007 <꿈나라-묘지이야기>
2008 <오토바이>
2008 <난시청>
2009 <촌, 타운>
2009 <거울과 시계>
STAFF
연출 이원우
제작 이원우
각본 이원우
편집 이원우
미술 이경난, 이두나, 채훈정, 조혜정, 김은정
음향 이원우
PROGRAM NOTE
나는 내 몸 안에 거하고, 몸으로 세계와 접한다. 나의 바깥은 내 몸이다. 몸으로 나는 타자를 만나고 만질 수 있다. 내 자아는 내 몸을 입고 있지만, 그 점유의 증거가 비로소 나다. 나는 곧 내몸이며 나는 내 몸을 산다. 몸은 살과 뼈로 이루어진다. 성서의 창세기에서, 자신의 갈빗대를 취해 야훼가 창조한 인류 최초의 여성을 일컬어 아담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뼈 중의 뼈”라고 했다.생존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 뼈라면, 관능과 쾌락은 살에서 기원할 터이다. <살 중의 살>은, “여성으로서” 감독이 겪은 “몸의 기억과 경험”을 표현하려는 작품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러한의도로 제작된 영화에서 정작 그녀의 몸은 보이지 않는다. 관객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속옷의 일부분으로 짐작되는 레이스와 망사 조각의 연속, 뼈를 보여주는 엑스레이 사진, 필름 퍼포레이션 등속이며, 들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잠자며 내쉬는 숨소리 뿐(영화 말미에 이르러 숨을 내 쉬는 이는 남성으로 짐작된다)이다. 흔히 서구 이미지 재현의 역사에서 사라진 몸은 누군가의 죽음, 혹은 누군가를 죽인 사건을 형상화한다. 아우슈비츠나 보스니아 내전 등 20세기를관통한 대량 학살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홀딱 다 벗은 나체마저 넘치는 재현이라며 범속하게만 여기는 작금의 예술가들은, 인간의 몸을 사라지게 하면서 비로소 자아와 타자를 향한 애증과 죄책감을 드러내고 트라우마와 유령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었다. 헌데 <살 중의 살> 속 몸이 실종된 속내는 좀 다르다. 뼈와 옷 사이에서 당연히 현전해야 할 살아있는 몸을복제된 재현 속에서 사라지게 하자 새로운 효과가 태어난다. 몸이 지닌 관능과 그에 대한 열광은, 지직거리고 끼익거리는 소리들, 플리커의 강도와 함께 점점 강렬해져간다. 몸을 감춤으로서 되려 몸을 드러내고 그 권능을 일깨우는 역설의 과정은 삶에의 의지를 충만케 한다. 오랜만에 보는 35mm 핸드메이드 필름의 손맛도 썩 좋다.
신은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