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남일당 이야기

서울독립영화제2010 (제36회)

본선경쟁(단편)

오두희 | 2010|Documentary|Color|DV|86min

SYNOPSIS

서울시 용산구에 들이닥친 개발바람은 그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몬다. 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랐다. 하지만 공권력 폭력 진압으로 철거민 5명, 특공대원 1명이 희생된 ‘용삼참사’가 벌어진다. 카메라는 삶의 터전은 뺏겼지만 동지를 얻고 투쟁을 배웠다는 할머니들의 육성을 따라간다.

DIRECTING INTENTION

난 소위 운동권이다. 30년간 운동권으로 살아 오면서 이것 저것 안 해 본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철거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회운동에도 3D업종이 있다면 철거민 투쟁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왠지 거칠고(?) 폼 나지 않는 그런 것. 그래서 용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난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년을 용산 남일당에서 살면서 가난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살다보면 누구라도 하루 아침에 철거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다큐를 통해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여성들이 371일간의 투쟁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지 참담한 상황을 어떻게 버텨 나가는지 표현했다. 그리고 사람이 죽어야만 겨우 바라봐 주는 세상의 무관심을 말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10 제14회 서울인권영화제
2010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관객상

DIRECTOR
오두희

오두희

STAFF

연출 오두희
제작 평화바람
촬영 오두희
편집 홍지유, 김준호, 오두희
미술 한선남
음향 표용수
출연 용산 4상공 철대위 철거민들

PROGRAM NOTE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자는 남아 싸운다. 2009년 1월 20일,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 분노의 감정에 몰아넣었던 ‘용산참사’,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의 하나로 기억될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다섯 명의 철거민과 한 명의 특공대원이 화염에 휩싸여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참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섯 구의 시신은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채 차가운 냉동고에 371일 동안 머물러야 했다.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그 371일의 시간 동안 경찰과 용역의 폭력에 맞서며 남일당분향소를 지킨 ‘용산 4상공 철대위’ 23명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매일같이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집회를 이어가고, 공권력에 맞서 싸웠던 23명의 여성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강압적인 철거가 시작되기 전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저 “시신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그 곳을 지키기 위해, 그것이 그때 현장에 없었던사람으로서 살아남은 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을 뿐이다. 1년의 시간 동안 함께 머물며 이들과 함께 했던 감독은 장사를 하며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단련되어 가는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잘 짜인 구성의 힘도, 현란한 영화적 기교도, 특별한 형식적 실험도 없지만 세월 속에서 건져 올린 낙천성과 지혜로 옳은 것을 옳다말하고 지키려 애썼던 23명의 여성들이 보여준 생활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의 힘과 그들이 견뎌낸 1년간의 시간은 그 자체로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최근 남일당 건물의 철거와 함께 어쩌면 또 다시 잊혀진 현대사의 상처가 될지도 모를 그날의 기억, 하지만 동지들과 함께 설거지를하며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달라진 것은 우리”라고, “우리를 투사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그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폭압적인 개발과 철거의 역사는 지금도 우리 주변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기에.

모은영 /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