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김동명 | 2011|Fiction|Color|Beta|81min | 독불장군상
SYNOPSIS
매미의 소리가 한창인 초여름, 아영의 권태와 두성의 태만이 위태하다.
DIRECTING INTENTION
일상 위에 떠도는 권태는 단지 나에게 왔고, 태만 또한 동시에 나를 찾았다. 그래서 그 해 여름, 서글퍼서 울기엔 매미들이 더 우렁차 서러웠고, 눈치 없이 맺히는 땀방울에 다시 울고 싶어졌다.
FESTIVAL & AWARDS
2011 인디포럼
2011 제5회 시네마디지털서울
2011 제30회 밴쿠버국제영화제
DIRECTOR

김동명
2002 <차원의 정의>
2003 <위상동형에 관한 연구>
2003 <옴니버스 “제국” 中 스스로 공부하고 슬기롭게 행동하자>
2004 < TALKVILLE >
2007 <전병 파는 여인>
2008 <이상한 나라의 바툼바>
STAFF
연출 김동명
제작 김동명
각본 김동명
촬영 김동명, 박지연
편집 김동명
조명 김동명, 박지연
미술 김동명
음향 표용수
출연 정아영, 이두성, 송연수
기타 1부문 강태영
PROGRAM NOTE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자는 모든 국가는 가정으로 이루어졌고, 완전한 가정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 부모와 아이들로 이루어진다 했다. 고대인들은 주인과 노예의 관계처럼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 곧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로 보았다. 이 관계를 자연의 본성, 곧 과학으로 여긴 이들은 가정의 운명, 노예를 부리는 것, 정치인의 권위, 왕의 통치가 모두 같은 이치라 믿었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힘에 정초하기에, 정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여겼다. 이 철인에 따르면, 재산은 가정의 일부이며 재산 획득의 기술은 가정 운영의 일부이다. 생존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지 못하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의 시대로부터 약 이천 사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것만은 불변의 조건임을 누구든 단언할 수 있겠다). 역시 그의 『정치학』에 따르면, 노예는 사고 능력이 전혀 없는 반면, 여성은 사고 능력이 있지만 그 소유 형태가 불분명하며, 어린 아이는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사고력만 지녔다. 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들의 세계는 모두 전체의 선과 연관시켜야 한다. 남자는 물론 어린아이와 여자들, 즉 가정의 선(善)은 국가의 선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김동명의 <피로>는, 고대 철인의 도식을 거슬러 오르며, 현대 토건 국가와 직결된 지금 이곳 어느 가정의 선, 그 절대성이 어떻게 파탄에 이르는지 잔혹하고 건조하게 해부한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벗어나 서로 기생하며, 생기 없이 밥을 먹고 돈을 버는 아영과 두성은 이미 유령이다. 그저 살아있으니 살아갈 뿐인 그들의 일상은, 누군가의 시구를 빌리자면, “24시간 내내 불처럼 살아도 뜨겁지 않고 물처럼 살아도 흘러가지 않아 저기 무쇠 솥의 선짓국처럼 생을 끓여보면 붉었던 피도 잿빛 두부”로 굳혀 버리기에, 죽어도 죽지 못한다. 성스러운 절대성을 잃은 가정 안에서의 좀비 같은 삶은 피로할 뿐이다.
신은실/서울독립영화제201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