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R 좀 해주세요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정대기 | 2011|Fiction|Color|HD|20min51sec
SYNOPSIS
은서는 오랜 시간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지쳤다. 아버지의 상태가 더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자신의 상황을 한 번 바꿔보려 시도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DIRECTING INTENTION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FESTIVAL & AWARDS
2011 제21회 메세지투맨국제다큐멘터리,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2011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DIRECTOR

정대기
2003 < Reflection#4 >
2007 < 불필요한 것들 >
STAFF
연출 정대기
각본 정대기
촬영 조형래
편집 정대기
조명 조형래
음향 홍석재
출연 신은경, 한동학
조연출 신용식
믹싱 양정훈
PROGRAM NOTE
암 환자인 아버지를 간병하는 딸이 있다. 질병은 인간의 육체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며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만 지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환자를 간병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힘든 일상이, 대소변을 치우고 지루한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환자의 차도를 기다리다 절망에 빠지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병원은 사회가 개인을 점점 압박해 들어오는 곳이다. 그곳은 좁고 어둡고 차가운 공간이며 그곳의 구성원인 환자나 간호사, 의사는 주인공의 처지를 이해하지 않고 불친절한 태도만 취할 뿐이다.
최근 질병이나 병원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독립영화가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영화들은 병과 병원을 사회가 개인을 얼마나 짓누르고 있는지를 폭로하는 계기로 사용한다. [CRP 좀 해주세요]의 주인공 역시 개인의 힘으로는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병원이라는 공간만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호자라는 관계와 이에 수반되는 의무가 그를 짓누르고 있으며 간신히 병원을 나가더라도 곧 보이지 않은 줄에 묶여 끌려가듯 병실로 돌아가야 한다. 보호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려 애쓰는 목욕 봉사자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는 의무를 재확인할 뿐이다. 사설간병인, 심폐소생술거부각서, 호스피스, 건강의료보험 등의 차가운 단어들만 오갈 뿐 어디에도 주인공의 심정을 설명해줄 표현은 없다. 어느 순간 당연히 버려서는 안 되고 버리기 어려울 것이라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성마저도 그에게 사라진다. 영화가 흘러가다보면 환자 뿐 아니라 주인공 또한 환자 같다. 고통을 물리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두 인물의 처지는 같다. 첫 장면에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환자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던 모습이 이를 말하는 듯하다.
김이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