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동 102호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본선경쟁(단편)

이동연 | 2011 | Fiction | Color | HD | 17min

SYNOPSIS

그녀가 사는 그 남자의 집에 갔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시간이 공존하는 그곳. 106동 102호.

DIRECTING INTENTION

인간의 시간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는 오직 지금일 뿐이며 지나간 무수한 시간은 개개인의 역사가 되어 각 사건의 조각으로 남는다. 그것은 각자의 기억이다. 기억은 어디에 남는가?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기억은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결국 인간은 공간에 살며 인간의 시간은 공간에 남는 것이다. 영화 <106동 102호>는 그러한 공간에 대한 영화이다. 이것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본질을 노리는 영화이며 시간을 사는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공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다. 그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 남자는 <106동 102호>에 산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동연

이동연

2003 < Merry Christmas > 

STAFF

연출 이동연
제작 이동연
각본 이동연, 권민수
촬영 김한누리, 신정욱
편집 김한누리
조명 김준태
음악 백기윤
미술 김선종
사운드 김진범
출연 서병덕, 홍연, 문지수

PROGRAM NOTE

영화는 두 개의 상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식구들이 외출하고 없는 아파트에 홀로 남아 집안일을 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중년의 남편이 젊은 동성의 애인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며 애정 행각을 벌이는 상황이다. 106동 102호에서 벌어지는 이 두 가지 상황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진행되지만 하나의 공간 안에 ‘동시에’ 담긴다. 영화는 철저하게 모든 시간과 사건을 공간 중심적, 사물 중심적으로 해체시켜 재배치하고 융합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파트 공간인 ‘106동 102호’이고 영화의 내용은 공간이 기억하고 있는 시간의 흔적들인 셈이다. 이러한 영화적 설계는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불륜의 상황이 그것이 절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상대 앞에서 노골적이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그 안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태연하게 각자의 욕망과 일상에 집중한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침대 시트를 갈고, 상을 닦는 가사 행위를 덤덤하게 수행하는 아내의 모습과 소파에서 뒹굴고, 보드카를 마시고, 수박을 서로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 가는 두 남자의 적나라한 애정 행각은 하나의 쇼트, 하나의 소품을 매개로 한 동선의 연속성 안에서 충돌한다. 공간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시간의 원근법을 무시함으로써 아내와 남편 그리고 그의 동성 애인이 형성하는 삼각관계는 기묘한 미장센으로 전면화된다. 중년의 애인을 소유하고 싶은, 그래서 그 집 안에 더 머물기를 원하는 젊은 남자의 욕망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지워 버린(그녀는 식사조차 식구들이 남긴 밥으로 대신한다.) 아내의 헌신적 노동은 106동 102호라는 공간 안에서 팽팽하게 맞선다. 가정에 대한 환유로서의 106동 102호. 그곳은 욕망과 무기력, 위악과 위선이 뒤엉킨 차가운 용광로와도 같다.

장훈/서울독립영화제201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