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와 나가오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특별초청2

양익준 | 2012 | Fiction | Color | HD | 19min 18sec

SYNOPSIS

시바타와 나가오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계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본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끝으로 매듭지어진다.

DIRECTING INTENTION

연출 의도는 딱히 없다. 단지 일본에서 단편영화를 찍을 기회를 접하게 되어 순간 머릿속에 그려진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기록해 보았다.

FESTIVAL & AWARDS

2012 제10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DIRECTOR
양익준

양익준

2005 <바라만 본다>

2006 <그냥 가>
2007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2008 <똥파리>
2011 < Departure >
2011 <미성년>
STAFF

연출 양익준
제작 야마모토 마사시(시네마 임펙트)
각본 양익준
촬영 시다 다카유키
편집 하야노 료
음악 정상훈
출연 시바타 치히로, 나가오 다쿠마

PROGRAM NOTE

신록이 우거진 어느 공원, 여기 한 쌍의 남녀가 있다. 마치 처음 만나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서로를 탐색하는 사람들처럼, 이들의 눈빛과 대화, 그리고 동작들은 조금은 어색하고, 그래서 풋풋하다. 함께 계절을 느끼고, 풍경을 바라보고, 서로의 마음을 떠 보는 장난도 쳐 보고, 다른 커플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마치 자신들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일인 양 킥킥대며 구경도 한다. 카메라가 컷 없이 이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따라갈 때, 우리는 이제 막 수줍게 시작되고 있는 사랑의 어떤 순간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한적하고 사랑스러운 현재의 시간을 갑작스럽게 끼어든 숏 하나, 그러니까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와 그녀 옆에서 따라 울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균열한다. 그 눈물은 이들의 과거인가?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인가? 이 공원의 시간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시작하는 자의 흥분과 설렘이 아니라, 끝에 이른 자의 체념과 그 체념이 가져다 준 평온의 시간인가? 문득, 공원의 푸르름을 쳐다보던 여자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계절과 계절 사이의 이 느낌이 좋아.” 말하자면 여자와 남자는 지금 사랑과 이별, 연인과 친구 그 사이 어디쯤엔가 있는 것 같고, 그 사이의 시간을 최대한 슬프지 않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기억으로 남겨 두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가 본 것은 “나를 사랑했듯 다른 사람도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깊이 포옹하고 조용히 뒤돌아가는 이별하는 연인들의 시간이다. 영화는 한정된 공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상징적인 장면들과 기억, 상상을 오가며 그 이별의 시간을 파국이나 냉소로 버려두지 않고 그 시간에 배인 소중한 결들을 품고 싶어 한다. 깊고 풍요로웠을 연애에 비해 짧고도 짧은 헤어짐의 시간을 영화적으로 사랑하는 방식. 사랑이 뜨거워지는 과정의 희열만큼, 사랑이 식어 가는 과정의 쓸쓸함도 끌어안아야 한다고, 연애하는 우리들에게 시바타와 나가오가 보내는 편지.

남다은/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