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자다 죽다
서울독립영화제2012 (제38회)
해외초청: 응답하라 99%
가브리엘라 피클러 | Sweden | 2012 | Fiction | Color | DCP | 104min
SYNOPSIS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 샐러드 포장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초반의 라사는 구조 조정의 여파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현실을 마주한다. 야채를 자르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라사지만, 고등학교 졸업장도 운전면허도 없는 그녀에게 구직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FESTIVAL & AWARDS
2012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2012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가브리엘라 피클러
STAFF
감독 Gabriela PICHLER
각본 Gabriela PICHLER
제작 China ÅHLANDER
촬영 Johan LUNDBORG
편집 Gabriela PICHLER, Johan LUNDBORG
음악 Andreas SVENSSON, Jonas ISAKSSON
녹음 Martin HENNEL
출연 Nermina LUKAC, Milan DRAGISIC, Jonathan LAMPINEN
PROGRAM NOTE
한국에 ‘88만 원 세대’가 있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는 ‘1,000유로 세대’, 그리스에는 ‘592유로 세대’, 일본에는 ‘프리터 세대’가 있다. 모두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경제 불황 속에 고등교육을 받고도 저임금 비정규직과 실업 등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하는 20~30대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세계적인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도 예외는 아니다. <먹다 자다 죽다>는 스웨덴의 ‘88만 원 세대’에 가깝다고 할 20대 여성 라사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그려 낸 극영화다. 스웨덴 남단 스코네 지역의 작은 마을. 샐러드 포장 공장에서 일하는 라사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미 꽤 숙련된 노동자다. 몬테네그로 출신이지만 이 마을에서 자라 온 동네의 일상에 훤하며,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아버지와 단둘이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려 나가고자 열심히 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거리를 따라 노르웨이로 떠난 사이, 공장의 구조 조정 여파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는 라사. ‘88만 원 세대’와는 또 다르게 대학은커녕 고등학교 졸업장도 운전면허도 없는 그녀에게 구직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먹다 자다 죽다>는 라사의 좌충우돌 구직 활동을 따라가며 고용 불안과 실업, 작은 지역 공동체의 위기,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등 복지국가 스웨덴의 이면에 엄존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드러낸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상담 및 재교육 모임을 제공한다는 고용센터의 프로그램 등은 일견 선진적으로도 보이나, 결국 관료주의적인 절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모임에서 상실감을 느끼는 라사와 해고 노동자들의 표정에 가슴이 저리기는 마찬가지다.그러나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말투만큼이나 투박하고 솔직한 활력을 잃지 않는 라사는, 신인 배우가 연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도록 생생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영화는 스웨덴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통찰을 보여 주는 한편,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아끼는 부녀의 가장 일상적인 순간과 관계의 체온, 연령, 민족, 종교의 차이를 넘어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나누는 희로애락과 유대감 등 사람 사는 세상의 온기를 세심하게 담아냄으로써 위안을 건네기도 한다. 진정성 넘치는 태도와 안정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여성 감독 가브리엘라 피클러의 데뷔작이다.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2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