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 바람이 분다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특별초청(장편)
조성봉 | 2013 | Documentary | Color | HD | 100min
SYNOPSIS
용천수를 생명 삼아 멸종 위기 생명들과 봄꽃들이 피어나던 봄, 구럼비 바위를 향해 포클레인이 덮쳤다. 주민들과 경찰 병력들의 ‘작은 전쟁’이 시작됐고 그 전쟁을 겪어 내는 동안 강정 앞바다엔 쌀쌀한 가을 파도가 일었다. 다시, 봄. 구럼비 바위를 둘러싸고 애잔한 바람이 분다.
DIRECTING INTENTION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금 강정마을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군기지 문제 말이다. 2007년 강정마을이 느닷없이 해군기지 예정 지역으로 확정된 이후 벌써 7년째 반대 투쟁을 해 오고 있다. 물론 찬성하는 마을 사람들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4.3 때보다 더 비참하다고. 4.3 때 이 작은 해안 마을에서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그때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외부로부터의 ‘적’을 막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지금은 마을 공동체 자체가 내부로부터 무너져 버렸다. 이 상처는 극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 안보와 경제 논리가 만나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 이름 하여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어린아이까지 포함해 천 명 남짓한 이 작은 마을에 천사백 명의 육지 기동대까지 파견해 가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발가벗은 국가 폭력의 현장. 중앙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재벌이 만나 벌이는 안보를 가장한 제 밥그릇 챙기기. 그로 인해 지금까지 600여 명의 사람들이 체포 연행 구속되었다. 지금도 영화평론가 양윤모(그는 네 번째 구속이다)와 4명의 사람들이 옥중에 있다. 이들의 이 ‘거대한 투쟁’과 ‘역사의 바람’을 화면에 담는다.
FESTIVAL & AWARDS
2013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 특별언급
DIRECTOR

조성봉
1997 <레드 헌트>
STAFF
연출 조성봉
촬영 조성봉, 정다우리, 김봉헌, 송동효, 조세혁
편집 조성봉
CG/디자인 손문상
음악 김강곤
PROGRAM NOTE
7년간의 제주도 강정마을 투쟁을 담은 영화. 영화는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는 노래와 함께 제주도 구럼비의 아름다움을 실어 나르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자와 지키고자 하는 자들의 지난한 투쟁을 담고 있다. 제주 구럼비의 정경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이들을 지켜 내고 보호하고자 하는 투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음은 어쩌면 당연한 연쇄 반응일까? 영화는 지키고자 하는, 지켜야 하는 주민의 내부에 서서 싸움의 날것의 이미지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싸우는 당사자들이 가지는 날것의 분노, 욕설, 맞섬을 그대로 담은 ‘구럼비의 거센 바람’은 영락없이 ‘싸움의 영화’다. <구럼비, 바람이 분다>는 강정 투쟁의 대의를 이성적으로 설명해 내거나 설득하는 영화가 아니다. 지키는 자의 안타까운 발버둥이자 분노를 담아낸 기록물이다. 싸움의 거친 이미지들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비춰 낸다고 할까. 그래서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말없이 비추어 낸 강정의 유려한 정경은 왜 이 싸움이 필요한지를 감성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자연의 말없는 울림은 영화 중간중간 춤과 노래, 바위 위 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로 전달된 터. 강정의 싸움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옳기 때문에 싸우는, 그래서 멈출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이승민/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