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콩
서울독립영화제2013 (제39회)
새로운 선택
이정원 | 2013 | Fiction | Color | HD | 19min
SYNOPSIS
일상을 살아가는 할머니. 썩은 콩을 주워 다듬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용서, 화해, 사랑.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정원
STAFF
연출 이정원
제작 한금현
각본 이정원
촬영 황경현
편집 이정원, 김지영
조명 황경현
사운드 임나윤
음악 정준영
미술 김지영
출연 박분석
PROGRAM NOTE
한 할머니가 있다. 제때 거둬지지 못하고 떨어지는 홍시에, 사용 안 한 지 오래되어 보이는 방문에, 실랑이하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하는 그의 눈은 어김없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고, 대조적으로 자식 손주들로 복닥복닥한 주변 이웃들은 그의 외로움을 부각시킨다. 가려내려 해도 다시 돌아오는 ‘썩은 콩’들, 못나고 속을 썩여도 결국 품에 안아 준 자식 같은 것인가. 결국 모나고 상한 곳은 다듬어져 정성스런 손길 속에 뽀얀 두부가 되어 가고, 할머니는 조용히 누군가의 자리를 준비한다. <썩은콩>은 처음에는 담담하게 보다가 후반에 가면 조용히 그러나 깊게 가슴을 저미게 하는 어떠한 지점이 있다. 그 순간, 그동안 봐 왔던 장면들에 또 다른 의미가 덧입혀져 특별하고 애틋해진다. 마치 뒤늦게 깨달은 부모의 마음처럼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한다고 했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했고, 그땐 몰랐는데 나이 먹으니 이제야 알았다는 말처럼, 부모의 시간과 자식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듯하다. 영화의 장면은 다시 돌려 볼 수 있지만, 우리의 삶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할머니의 표정처럼 덤덤하고 은근한 이 영화는 자꾸 곱씹어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신미혜/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