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경쟁부문 단편
이정곤 | 2014 | Fiction | Color | HD | 20min 2sec
SYNOPSIS
급작스런 '창식'의 죽음, 그의 장례식장에 가장 친했던 친구인 '성태'가 친구이자 채권자로서 발걸음을 옮긴다.
DIRECTING INTENTION
‘삶’에는 크고 작은 모순들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모순들은 보통 오류라고 정의 된다. ‘삶’이라는 단어가 ‘현실’이라는 단어를 통용하는 이상, 인간은 모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친했던 친구의 장례식장에 차용증을 들고 가는 주인공 성태. 그의 오류 코드는 참 단단히도 엉켜있지만, 우리는 그의 오류코드를 대부분의 정의에 따라 ‘모순’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성태의 굴곡과 피치 못함, 그러한 모순에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통용하는 삶은 원래 지독한 법이고, 그래서 세상엔 이미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차용증을 내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정곤
2012 <숙취>
STAFF
연출 이정곤
제작 이정곤, 정대웅
각본 이정곤
촬영 김영국
편집 오형종
미술 이주원, 조은비
출연 오창경, 김영선, 송영학, 홍성춘
PROGRAM NOTE
죽은 자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반면 무언가를 남길 수는 있는데, 남은 자들은 그것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창식은 죽어 빚을 남겼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그의 아내와, 그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 성태가 장례식장에서 대면한다. 그날 성태는 여러 번에 걸쳐 살아남은 게 슬프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어떻게든 돈을 받아오라는 아내의 애타는 표정을 보면서, 부조금으로 얼마를 낼지 계산하면서, 그리고 죽은 채무자를 남편으로 둔 여자의 지친 얼굴을 대하면서. 성태는 기어코 씁쓸한 밑바닥 얼굴을 드러내고야 만다. 그를 보며 마음이 편할 사람은 없다. 소시민의 딱지를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조문>은 거의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영화다. 조문객들의 복장부터 장례식장의 분위기, 성태가 손에 쥔 차용증까지, 이정곤은 의도적으로 영화에서 색채를 배제했다. 흰 바탕 위에 검은 글씨로 쓴 차용증처럼 세상이 선명하게 정리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구질구질한 삶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내내 궁색하다. 그런데 영화는 값싼 동정이나 위로로 그를 안을 마음이 없다. 그게 맞다.
이용철/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