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장편경쟁

박중권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11min 15sec (E)

SYNOPSIS

한적한 휴양지 시골 마을. 코로나라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확산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계곡가 휴양지에서 백숙집을 운영하는 옥순. 가게 운영이 어려운 옥순은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하루하루 폐지를 주우며 돌아다닌다. 조용한 일상 속에 옥순의 유일한 낙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성당에서 종을 치는 일이다. 종소리가 조용한 시골 마을에 울려 퍼지면 옥순의 미소가 빛난다. 옥순은 종소리를 들으며 우울하고 슬픈 하루 속에서 잠시 걱정과 시름을 내려놓는다. 전염병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옥순은 신부님이 종탑을 수리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린다.

DIRECTING INTENTION

갑자기 발생한 전염병으로 인해 변화된 세상.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변화된 사회 속 절망 앞에서도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 옥순은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로 평생을 주기만 하고 무언가를 원한 적 없는 평범한 인생 속 처음으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옥순을 통해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인간의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박중권

박중권

2018 경치좋은자리

STAFF

연출 박중권
제작 임혜령
각본 박중권, 임혜령
촬영 박중권
조명 박중권
편집 임혜령, 박중권
음악 임혜령
미술 임혜령, 박중권
출연 박순옥

PROGRAM NOTE

폐목과 폐지를 줍고 징글벨을 부르면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옥순의 뒷모습은 외로워 보이지도 슬퍼 보이지도 않는다. 백숙집을 하던 옥순은 남편이 죽고 나서 3년간 매일 똑같은 패턴의 삶을 살아간다. 닭에게 모이를 주고 폐지를 줍고, 정오에는 남편이 하던 성당의 종치기 역할을 해 왔다. 이 영화에는 작위적이고 상투적인 설정이 없이도 주인공 옥순을 잔잔하게 쫓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인위적인 설정 대신 옥순의 생활 안에서 상징적인 요소를 배치하여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해 낸다. 쓰임이 다해서 재활용되는 폐지나, 남편이 죽은 뒤에도 버리지 못하고 놓아둔 물건들, 운영하지 않는 백숙집에 남아 사료만 먹는 닭들, 옥순이 빼지 않고 있는 아픈 이, 그리고 새로운 종소리로 인해 밀려나는 종까지, 그것들은 어쩌면 옥순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은 우리일 수도 있다. 옥순의 불안함이 영화 속 종소리처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큰 파동으로 다가오지만, 가장 애착을 가졌던 종을 내려놓으면서 앓던 이가 빠지듯이 모든 것은 평안해진다. ‘종’ 소리는 종을 직접 쳐 봐야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듯이, 우리는 영화 속 중심에서 살아 숨 쉬는 훌륭한 배우를 통해서 완성된 <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순모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