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화

새로운선택 단편

박지인 | 2021 | Fiction | Color | DCP | 26min (E)

SYNOPSIS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힘이 되기보단 짐처럼 느껴지는 취업 준비생 영주. 삶 자체가 버거운 영주는 어느 날 인체 자연발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사람을 불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FESTIVAL & AWARDS

2021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
2022 제18회 인천여성영화제
2022 제9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2 제9회 춘천SF영화제
2022 제7회 충무로영화제
2022 제2회 청춘불패영화제

DIRECTOR
박지인

박지인

2015 그림자놀이
2018 코마
2019 취집

STAFF

연출 박지인
제작 장형윤
각본 박지인
촬영 이도훈
편집 김정동
동시녹음 황지우
출연 이주연, 강애심, 김신록

PROGRAM NOTE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라면 자기소개서를 수차례 써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영주가 처한 상황은 좀 특별하다. 자기소개서 쓰는 시간조차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뿐인 딸에게 의존하는 엄마는 혼자 있는 걸 불안해하며 자식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 모녀 가족이 사는 낡은 빌라의 거주자들 역시 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사채업자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협박하는 소리, 먼지 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이웃집 여자의 흐느낌 소리, 옥상에서도 들려오는 소음……. 영주는 이것들로부터 벗어나 카페로 나가 자소서를 써 보려 하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여전히 자신의 성장 배경에 붙들려 있기 때문일까? 자식이 바라는 홀어머니의 모습은 '강인하지만 유연한' 것일 수 있겠지만 영주의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억척스러운 여성이 되기보다는 마음의 넉넉함이 있는' 사람이기를 스스로 바라는 듯한 영주는 이와 반대로 억척스러움을 요구받고 있는 것 같다. 바람과 현실의 간극이 큰 만큼 영주 앞에 놓인 세상은 기대를 배반한다. 그리하여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돕고자 했던 영주는 자신이 목격했던 타인의 발화를 직접 경험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인내하고 애써도 자기도 모르게 열불이 일어나는 순간. 그런데 그렇게 발화된 불은 어떻게 될까, 그저 존재를 태우고 마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이수정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