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빌런

단편 쇼케이스

이옥섭 | 2022 | Fiction | Color | DCP | 8min

SYNOPSIS

엄마에게. 메구는 엄마를 떠나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이 되었어요. 저는 오늘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해요. 구교환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은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는 너무 여린 사람이거든요.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DIRECTING INTENTION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무엇까지 먹을 수 있을까

FESTIVAL & AWARDS

2022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2 제2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2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IRECTOR
이옥섭

이옥섭

2012 라즈온에어
2014 4학년 보경이
2014 오늘영화 Ep.3 연애다큐
2015 플라이투더스카이
2017 걸스온탑
2018 세마리
2019 메기
2021 영화감독 구교환 브이로그
2022 사람냄새 이효리

STAFF

연출 이옥섭
제작 이옥섭
각본 이옥섭
촬영 조영천
편집 이옥섭
출연 야마모토 메구, 구교환, 김다빈

PROGRAM NOTE

이옥섭 감독이 보여 주는 권태로운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DC코믹스의 <슈퍼맨>이 떠오르는 <러브빌런> 타이틀이 지나가면 영화는 독일의 도로 표지판으로 시작해서 왕가위 감독의 홍콩을 스쳐 지나가더니 1990년대 미국 로드무비의 한 장면처럼 엔진 소리와 함께 주인공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주인공 메구의 일본어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저는 오늘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해요. 구교환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은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는 너무 여린 사람이거든요.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메구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아 바로 해결된다. 다빈과 껌을 통해 타액을 주고받은 교환과 드디어 헤어지게 된 메구는 폭죽이 터지는 밤하늘을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메구의 집에 찾아와 잘못을 비는 교환의 얼굴로 2막이 다시 시작된다. 영원한 강을 건너는 대화가 오고 가고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먹은 3년 전 케밥이 메구의 입에서 다시 나오는 장면을 밤새 지켜보고 나서야 교환은 이별을 받아들인다. 운전 중 잠들어 버린 교환의 핸들을 잡은 메구. 입에서 올리브가 뿅뿅 나오는 메구. 사랑 앞에서 히어로와 빌런은 손바닥 뒤집기 같은 것일까. 메구는 그 유명한 슈퍼맨 자세로 마지막 대사를 읊으며 영화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8분 남짓의 영화에 이 모든 걸 완벽하게 담아낸 이옥섭 감독의 멋짐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박수연 /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