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초상화

해외초청

청몽홍 | 2010 | Fiction | Color | DCP | 103min (KN)

SYNOPSIS

열 살 소년 시앙은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혼자가 된다. 나이 든 학교 수위의 도움으로 중고품 수거 일을 거들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즈음, 오래전에 집을 나갔던 어머니가 나타난다. 새집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지만, 냉혹한 계부는 무섭기만 하다. 어머니와 함께 떠났던 형도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 밖에서 시앙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을 접하게 된다. 시앙은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며 외로움을 달래는데, 네 번째 초상화에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금마장영화제 감독상과 작품상, 낭트3대륙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대만과 해외에서 두루 주목받은 청몽홍의 두 번째 장편영화.

DIRECTING INTENTION

대만에서는 매년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실종되고 있으며, 그중 4분의 1은 끝까지 행방을 찾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대개 ‘실종’됐다고 간주되지만, ‘실종’이란 단어는 무엇을 뜻하는가? 아이들은 아직 살아 있을까?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러나 이 영화가 실종 아동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시앙이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과 소중한 것들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담아내려 한다. 네 개의 초상화는 시앙이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시앙이 어떻게 독립적이고 강한 인물로 성장하여 자기 자신을 직시하게 되느냐이다.

FESTIVAL & AWARDS

2010 낭트3대륙영화제 관객상
2010 발라로이드국제영화제 촬영상
2010 로카르노국제영화제
2010 토론토국제영화제
2010 금마장영화제 감독상, 작품상, 여우조연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2010 아태영화제 촬영상
2010 밴쿠버국제영화제
2010 도쿄국제영화제
2010 부산국제영화제
2010 오사카아시아영화제

DIRECTOR
청몽홍

청몽홍

2006 Doctor
2008 Parking
2011 10+10 (segment “Reverberation”)
2013 Soul
2016 Godspeed
2019 A Sun
2021 The Falls

STAFF

연출 Director 청몽홍CHUNG Mong-hong
제작사 Production Company Cream Production
제작 Producer TSENG Shao-chien
각본 Screenwriters CHUNG Mong-hong, TU Hsiang-wen
촬영 Cinematographer NAKASHIMA Nagao
편집 Editor LO Shih-ching
조명 Lighting TANJi-liang
음악 Music XUQian-xiu Xu
미술 Art Director CHAO Shih-Hao Chao
출연 Cast PI Shiao-hai, KING Shih-chieh, HAO Lei, Leon DAI, LIN Na-dou, Terri KWAN

PROGRAM NOTE

시앙의 아버지가 죽었다. 장례사는 사진과 좋은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혼자 남겨진 소년에겐 그게 쉽지 않다. 예복을 빨래하던 중 되레 더러워졌고, 사진이라곤 찾을 수 없어 아버지의 얼굴을 손으로 그려야 했다. 그게 첫 번째 초상화다. 영화는 이후 소년이 세 개의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 과정을 차례로 담는다. <네 번째 초상화>는 소년의 성장을 다룬, 가장 가슴 아픈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간혹 소년의 눈물을 보여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곡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말 못 할 비밀을 간직해야 하는 소년의 눈망울은 너무나 맑고, 비극적인 슬픔을 비추는 컬러는 담백하기 그지없다. 순간순간 영화에 뛰어들어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 시앙이 기회를 잘 잡으면 큰 운이 따를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 따위는 다 부질없다. 소년에게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와 선생의 마음과 달리, 현실은 어둡고 차갑다. 엄마와 양아버지의 우울한 세계에 속하는 한편, 시앙은 마을의 웃음거리인 뚱보 청년과 교류한다. 순수한 소년에게 청년은 경계와 같은 인물이다. 경계 너머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측하는 건 영화의 역할이 아니지만, 불우한 처지의 아이를 보자니 불운한 상상을 하게 된다. 참견을 넘어 권리라도 된다는 듯이. 시앙이 네 번째 초상화를 그리려는 때, 초상화가 아니라 아이의 눈동자와 마주한다. 감히 남의 삶을 재단하려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근래 활발한 작업을 펼치는 중인 청몽홍의 주목할 만한 초기작이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