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다운

해외초청

양야체 | 2017 | Fiction | Color | DCP | 112 min (KN)

SYNOPSIS

탕 여사의 죽은 남편은 장군이었다. 대만 남부 미퉈향에 자리 잡은 탕 여사는 문화 사업을 연막으로 삼고, 남편의 정치적 인맥을 이용한다. 오랫동안 지역 사업가들과 정치인들은 수상쩍은 거래를 은폐할 때 탕 여사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해 왔다. 둘째 딸 천은 어릴 때부터 엄마가 언니보다 훨씬 좋았다. 엄마 탕 여사는 언제나 친절하고 유능한데, 언니 닝은 가끔 보면 미친 여자 같다. 닝은 집안에 가득한 위선과 가식이 너무도 싫지만, 억지로 집에 남아 어머니 일을 돕는다.
어른들 사이의 숨죽인 대화가 궁금한 천은 조용히 엿듣는다. 최근 탕 여사가 투자를 독려해 왔던 토지 개발 사업이 잘못됐다. 무슨 영문인지 개발지가 변경됐고, 투자한 돈은 전부 동결됐다. 게다가 자금 대출을 승인해 준 지방의원 일가족이 몰살당한다. 공포에 질린 동업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닝은 동생 천이 어린 나이에 사교계에 나가는 게 마땅치 않아 어머니와 자주 다툰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 탕 여사는 천을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닝에게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의원 집안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피엔피엔은 천의 가장 친한 친구다. 어른들은 천이 사건의 전개를 좌우할 결정적 비밀을 감추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한 명 또 한 명 희생자가 늘어남에 따라, 탕 여사와 닝은 범죄를 은폐하면서 이 혼란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탕 집안의 세 여자들은 이 위기 앞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언제나 서로 협력해 왔건만, ‘집’에 대한 생각이 서로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게다가 각자 가장 지키고 싶어 하는 것도 다르다. 세 여자는 모든 힘과 지혜를 다해 싸우지만,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

DIRECTING INTENTION

“나무에 휘감긴 등 넝쿨은 나무가 죽은 뒤에도 계속 감고 올라간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하카 민요 가사에서 따온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답거나>의 세 여성 주인공들 관계에 딱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너를 위해 이러는 거야!” 가족들 사이에서 참 자주 듣는 말이다. 겉보기에는 사랑에서 나온 말 같지만, 그 밑에 숨겨진 것은 ‘통제’하려는 무언의 욕망이다. 여름방학 동안 들으라고 계획을 짜 주는 온갖 수업부터 시작해서, 부모에게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기까지. 불행히도 사람들은 늘 자기 운명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운명이 통제를 벗어났을 때는, 죽은 뒤까지도 서로 얽혀 있는 등 넝쿨과 나무의 관계처럼 된다. “사람답게 살아야 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곤 한다. 우리가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이 영화 속 세 주인공은 사실 한 여성이 살면서 거치는 인생의 세 단계다. 이것은 통제력을 잃고 반격한 결과 벌어진 비극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저마다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똑같은 꽃에서 맺어진 열매도 저마다 모양이 다르다. 그것이 바로 ‘생명’이란 것이다.

FESTIVAL & AWARDS

2017 금마장영화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2017 로테르담국제영화제
2017 부산국제영화제
2017 캄보디아국제영화제
2018 오사카아시아영화제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2018 아시아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2018 타이베이영화제 각본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DIRECTOR
양야체

양야체

2008 Orz Boyz
2011 10+10 (segment “The Singing Boy”)
2012 Girlfriend Boyfriend

STAFF

연출 Director 양야체 YANG Ya-che
총제작 Executive Producer Dennis WU
제작 Producers LIU Weijan, Akiela S.Y. WANG, LIN Shih-ken
각본 Screenwriter YANG Ya-che
촬영 Cinematographer CHEN Ko-chin
조명 Lighting YEH Ming-kuang
편집 Editor CHEN Chun Hong
음악 Music Blaire KO
녹음 Sound TU Duu-chih, CHIANG Lien-chen
미술 Production Design Penny Pei-Ling TSAI
의상 Costume Design WANG Chia Hui
출연 Cast Kara WAI, WU Ke-xi, Vicky CHEN, KO Chia Yen, CHEN So Li, Showlen Maya

PROGRAM NOTE

1980년대 대만의 정경 유착과 부패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정치/범죄 스릴러 <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다운>은 2017년 대만 금마장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로 <좌절금지!>(2008), <여친남친>(2012) 등을 연출한 양야체 감독의 작품이다. 대만 뉴웨이브 감독들이 대만의 역사를 다루는 데에서 미학적, 예술적 자의식을 드러냈다면,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들은 그들의 윗세대와는 달리 장르적 접근을 통해 산업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였다. 이 영화 역시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고미술 판매업을 하는 마담 탕은 실제로는 고미술품을 이용, 고위직 관료들과 부자들에게 접근해 이들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탕의 고객이자 막내딸 천의 친구 린의 가족이 살해되면서 숨겨져 있던 가족과 계급의 치부가 드러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1980년대 대만 민주화 운동의 성지였던 가오슝이지만 마담 탕의 집은 이런 외부의 정치적 변화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공간처럼 보인다. 고풍스러운 미술품과 실내장식들로 채워진 그들만의 폐쇄된 공간은 결국 작은 충격으로 인해 내파해 버린다. 액자 구조로 이루어진 영화는 액자 밖 전통극을 하는 앞 못 보는 노파의 시점과, 액자 내부 천의 시점에 의해 추동된다. 노파의 시점이 모든 것을 조망하는 시점이라면, 순수하고 어린 천의 시점에서 모든 것은 불투명하고 불안정하다. 이런 시선의 대조 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권력을 향한 쟁투에 어린 아이들마저 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가 부각된다.
배주연 / 영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