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단편)

정희재 | 2011|Fiction|Color|HD|30min

TIME TABLE
SYNOPSIS

여자는 더 이상 삶을 살아내지 못 할거라는 절망으로 찾아간 어느 민박집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녀는 자신보다 어두운 밤을 견디며 죽지 않고 살아가는 중년의 아주머니를 만나게 된다. 이제 그녀가 아주머니의 손을 잡아줄 시간이 찾아온다.

DIRECTING INTENTION

사람이 하루를 살아가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대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때에 자기에 대해 믿어두고 있는 마음. 그게 마음 같지 않어서 우리를 아프게도 힘들게도 하지만 용기 내어 볼 수 있기도 한데, 우리는 그것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하루를 무너져가듯 견디며 괴로워하는 것은 왜일까. 젊은 시절에는 그 젊음으로, 또.. 나이 들어서는 그 나이 듦으로 모든 것을 버티듯 살아내는 순간이 지나갈 때 우리는 왜 그토록 지쳐가는 걸까. 상처로 폐허가 되고, 고통 아닌 것은 느끼지 못해오던 한 여자의 삶. 이제 그녀가 스스로 자기 안에 따뜻한 마음 하나를 가져다 두기 시작하게 되는 시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DIRECTOR
정희재

정희재

2009 <복자>

STAFF

연출 정희재
제작 이영림
각본 정희재
촬영 최강훈, 김태수
편집 이영림
조명 최편누리
미술 김보라
음향 채지혜
출연 노수산나, 김정영

PROGRAM NOTE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그러니까 완벽한 혼자만의 밤, 이를테면 아무에게도 설명할 수 없지만 끔찍하도록 삶을 조여오는 악몽 같은 것. 가닿을 곳을 찾지 못해 정처없이 헤매는 마음이 안쓰러운 것은 이해받고 싶다는 기대는 있되 이해해 줄 존재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일 터다. 오랫동안 누구와도 나눠지지 않은 채 방치된 마음은 무너진 기대와 현실회피, 분노와 체념 같은 것들을 첩첩이 쌓아 단단한 담을 만들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리고 상처라는 이름으로 삶에 생채기를 낸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점점 크기를 불려가며 어느 순간 괴물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괴물을 발견하는 순간. 무심하고 평탄하리라 짐작했던 상대의 마음이 폐허임을 깨달을 때, 그녀가 무시로 마시는 것이 물이 아니라 쓴 술임을 발견할 때, ‘완벽한 혼자만의 밤’이 그녀에게도 있으며 그것을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저 ‘완벽한 혼자만의 밤’의 고통을 타인에게 온전히 이해시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다만 혼자의 술자리가 익숙한 그녀에게 동참의 의지를 드러내는 빈 잔을 내보이는 것.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쓸쓸하기에 공감하는 것, 그 위로와 위안을 희망으로 우리는 산다. 구원은 악몽이 가진 저간의 사정들을 설명하고 이해시켜 나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어두운 밤을 보내고 있는 옆 사람의 손을 꼭 쥐는 데에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다. 자살시도에 실패한 젊은 여자와 그 여자의 상처를 오래도록 바라보며 손내미는 낯선 시선. 그리고 내밀어진 손을 조심스레 잡아보기로 한 여자에게 닥쳐온, 이제는 ‘맞잡아야 할 시간’.

 전작 <복자>에서 불행한 환경을 특별히 낙담하지 않는 무심하되 무정하지 않은 소녀의 내면을 인상깊게 그려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타인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려는 관음증 같은 시선 대신 아픔의 순간을 세심히 쓰다듬는 손길만큼이나 사려깊은 작품을 선보인다.

김수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