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장편)
박동훈 | 2009|Fiction|Color|35mm|120min 30sec
SYNOPSIS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모인 가족들. 이 땅에서 큰 무리 없이 살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군데군데 어긋나고 있는 가족들. 딸의 과거, 아버지의 과거, 조부모의 과거를 통해서 현재의 어긋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 선택들이 이들을 이렇게 방치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DIRECTING INTENTION
계몽영화를‘태도’에 관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정씨 집안 3대를 구성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그들의 시간을 어떤 태도로 대면하는지,
그리고 그 태도가 다음 세대로 전이 되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목격하고 표현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박동훈
1994 < 어머니 >
1996 < 연결 >
2001 < Looking for … >
2003 < 사이에 두고 >
2005 < 전쟁영화 >
2007 < 소녀X소녀 >
STAFF
연출 박동훈
제작 박남희
각본 박동훈, 박남희
촬영 이강민
편집 유성엽
조명 조대연, 장태현, 박효훈
미술 백경인
음향 스튜디오 SH
음악 김명종
출연 정승길, 김지인, 오우정, 이상현, 신규리, 박혁권
PROGRAM NOTE
한 편의 영화가 우화가 되기를 자처할 때 종종 그 풍자적인 역할만을 강조하다가 도리어 꽉 막힌 계몽극이 되어 우스꽝스러워지는 때가 있다. <계몽영화>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우화인데 풍자성과 드라마의 구축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어서, 풍자만 앞서 나가는 영화들과 차이를 두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좋은 성취를 거뒀다. 이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계몽이란 그러므로 얼마간은 반어적인 의미인 것도 같고 직설적인 것도 같다. 지금까지 줏대 없이 계몽을 맹신해 온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야유인 것도 같고 지금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 대한 훈시인 것도 같다. 어쨌든 이 야릇한 제목만큼 영화도 묘하다. 정씨 집안 삼대의 가족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친일의 앞잡이로 살아온 할아버지, 그리고 6.25 전쟁을 겪으며 서양 문물에 전폭적 애정을 갖고 되고 오로지 승승장구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 밑에서 유년시절에 1980년대를 보낸 딸. 어느 날 그 딸의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이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삼대의 시간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다. 이 때 근 현대의 시기를 맞이해서 한국인들이 맹신하고 좇았던 중심부로서의 삶 혹은 주류로서의 삶의 행태가 드러난다. 그것과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잡음들이 인물들의 입과 행동으로 매번 토해져 나온다. 대한민국의 병폐라고 할 만한 것들이 거의 하나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면서도 그것들이 극화 안에 적당히 자리 잡고 있는 건 이 영화의 크나큰 강점일 것이다. 이 가족 삼대에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 평범해 보이는 그들의 말, 행동이 하나 같이 전부 우리의 기형적인 근현대사에 뼈아프게 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한석/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