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경쟁부문 장편

박경근 | 2018| Documentary | Color | DCP | 89min

SYNOPSIS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거의 모든 남성은 병역법에 따라 군 복무를 해야만 한다. 다큐멘터리 <군대>의 주인공 우철도 마찬가지. 훈련소에 입대하는 그에게 이미 군대를 다녀온 친구는 “넌 이제 2년 동안 나라 거야!”라며 놀린다. 영화는 그렇게 입대한 우철이 제대하기까지 2년여의 세월을 기록한다. 한 번도 집단생활을 해본 적 없는 우철은 처음엔 나름 적응해 보려 애를 써 보지만, 얼마 못 가 버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니 급기야 한동안 촬영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감독은 그런 우철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군대를 통해 한국 청년들이 학습하는 집단주의는 고스란히 사회 전반을 유지하는 질서로 둔갑한다. 하지만 빛나는 개개인을 희석해 유지하는 그 질서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고도 무서운 것인지 영화 <군대>는 냉소적이지만 유머러스한 묘사를 통해 질문한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 <군대>는 군대의 기억에 대한 영화다. 거의 모든 한국남성이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비슷할 것 같지만, 다 똑같아 보이는 빡빡머리들의 얼굴과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의 단독성과 다른 고민이 있어 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집단과 다른 나만의 관점으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제대한지 10년 후 다시 군대를 바라보며 내가 겪은 경험의 의미를 찾거나 만들어 보고자 했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BIFF MECENAT

DIRECTOR
박경근

박경근

2010 <청계천 메들리>

2014 <철의 꿈>

 

STAFF

연출 박경근
제작 박경근 스튜디오, 슈퍼히어로즈
각본 박경근
촬영 박경근, 박호근
편집 박경근, 석혜인
음악 Paulo Vivacqua, TOM
출연 이우철

PROGRAM NOTE

박경근 영화 특유의 미스터리는 계속된다. 공간에 대한 접근 능력과 그 공간을 일정 시간 이상 관찰할 수 있는 여유. 그는 누구도 포착할 수 없는 공간에서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냈다. 한편으로 그동안 물성에 상당 부분을 기대오던 스타일과 달리, 이번에는 공간에 붙들린 한 인간에 따라붙어야 한다. 결과는, 기이한 행사 이미지로 이뤄진 도입부부터 역시나 흥미 로움의 연속이다. 제목에 맞춰 감독은 자신이 군대라는 시스템에 머물렀던 시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비상식성, 폭력이 지배하는 체제의 공포, 그런 것들이 불려 나온 다. 그런데 그의 카메라가 바라보는 ‘우철’이란 존재에게서 그의 기억을 재확인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일단, 우철은 이미 기성세대에 진입한 감독과 다른 세대의 인물이며, 현재의 군대 시스템 또한 과거에 굴러가던 방식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철이 평범하지 않은 부대에 배속되는 때에 일반적인 군대의 거울로서 작용하는 영화는 포기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충돌들이 <군대>의 매력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지내던 우철이 사실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였음을 엿보는 순간, <군대>라는 작품 내면의 불균질함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박경근은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인지, 군대라는 시스템과의 부조화 문제인지 밝히지 않는다. < 군대>는 제대하는 우철과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머리를 깎는 우철을 대비시키며 끝난다. 제대 하는 우철은 왠지 우울하고 쓸쓸해 보인다. 30년 전에 그처럼 제대했던 내 기분 탓일 것이다.

이용철 / 서울독립영화제2018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