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너
본선 단편경쟁
최은수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3min (E) World Premiere
SYNOPSIS
고등학생 주영은 이웃인 수림을 좋아하고 있다. 주영은 수림이 애인인 성준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질투와 열등감을 느낀다. 같은 학교 학생인 은호에게 고백을 받은 주영은 수림에게 이를 말하고, 대수롭지 않은 수림의 반응에 착잡함을 느낀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만 늘어 가는 주영, 우연히 성준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나쁜 이가 되는 경험을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최은수
2021 혼자 오는 밤
STAFF
연출 최은수
제작 유시연
각본 최은수
촬영 김재혁
편집 최은수
조명 김재혁
미술 구지윤
출연 김정식, 문인옥, 김다빈, 서동근
PROGRAM NOTE
사랑은 말로 고백되기도 하고 행동으로도 드러나지만 때로는 의도대로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려운 사회적 망 안의 그 어떤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마음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가 그 자리를 가늠한 후에 돌아 나가 성장의 일부가 된다. 고등학생인 주영(김정식 분)은 아래층에 사는 직장인 수림(문인옥 분)이 아파트 난간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자전거에 앉아 올려다본다. 갈망과 호기심과 비밀을 동시에 안고 있는 주영의 눈빛 끝에 있는 수림은 주영의 시선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 시선은 채워지면 비껴 나가게 되어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나쁜 너>에서 이 제목은 두 번 나온다. 상대의 사랑을 알고 있지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의 인물들에게 타이틀처럼 붙는다. 주영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수림의 남자친구가 바람피운다는 것을 폭로한다. 주영에게 돌아온 것은 수림의 원망이다. 주영의 동급생인 은호(김다빈 분)는 주영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둘은 사귀지만 은호는 주영의 마음이 자기에게 붙들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주영은 은호의 눈물 앞에 눈감았지만 은호는 사랑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성인의 세계는 미지의 자유의 냄새를 간직하고 있지만 그들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눈을 감고 때로는 뒤늦게 후회의 흔적을 남긴다. 그 세계는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상대의 마음과 제 마음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주영은 사랑하는 자였다가 사랑받게 되었을 때,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랑하는 자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자리에 마침내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서로를 상처 내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것, 그것이 사랑에서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질문이다. 자전거가 세워진 아파트 외벽의 로케이션으로부터 은호의 집 앞 계단으로 이어지는 주영의 등하교길은 마음의 갈래들이 끝없이 흩어지고 여전히 맴도는 흔적들이다. ‘나쁜 너’의 자리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