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인형놀이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김경묵 | 2004| Documentary | DV | Color | 19min | 집행위원회특별상
SYNOPSIS
어린 시절의 난 인형놀이를 좋아했다. 그리고 엄마의 화장대를 놀이터 삼아 화장을 하고 치마와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가 돌아다녔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모든 것은 달라졌다. 학교에는 규칙들이 있었다. 그 규칙들은 축구와 고무줄, 바지와 치마를 나누었고 남성이었던 난 그곳에서 나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 후 10대가 되어 아이가 둘 있는 유부남과 어느 클럽에서 만난 여성을 만난 후, 나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병원을 찾아가 내가 누구인지 물어보았으나 전혀 알 수 없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제 그 질문은 나 자신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자문해본다.
DIRECTING INTENTION
아이들은 늘 어떤 놀이를 하며 자라나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내가 즐겨 했던 놀이는 하나같이 ‘사내답지’못한 것이었다. 사회화가 되기 이전 어린 시절의 놀이는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코드이고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어른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나이가 들자 게이 섹슈얼리티를 깨닫게 되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동성애적 욕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게이 섹슈얼리티는 나의 주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내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던졌다. 난 영화에서 어린 시절의 놀이와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이분화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성찰하고자 한다.
DIRECTOR

김경묵
2004 <나와 인형놀이>
STAFF
연 출 김경묵
제 작 앵그리인치
기 획 허린
미 술 김경희
스 탭 김유리
PROGRAM NOTE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다. 더구나 거대한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이미 내면화되어 있는 자기 스스로의 문제. 더 나아가 성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영화를 통한 커밍아웃이다. 20대 초반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인 <나와 인형놀이>는 상당히 용감하고 도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어린 시절 종이인형을 가지고 놀았으며, 레고 장난감보다 마론 인형이 더 친숙했던 감독은 학교에 들어가면서 모든 것이 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교는 가정보다 더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강요되는 곳이고, 그/그녀는 학교에서의 낯선 체험들을 역겨웠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고정화되어 있는 역할모델은 그/그녀에게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온다. 또한 유부남과 클럽의 여자와의 만남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자기 자신의 혼란을 드러내는 과정들은 인형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나레이션과 여러 스타일의 자막으로 보여진다. 이런 시도는 외국작품에서는 흔히 있는 시도이지만, 한국의 독립 다큐에서는 다소 생경하며 그만큼 다채로워 보인다. 영화는 상당히 자극적이며, 미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감독의 경험이 날 것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지와 사운드를 다루는 초보 감독의 거칠지만 세심한 주의가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어쩌면 관객들도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감독이 느끼는 혼란의 반영이며, 낯설고 충격적인 화면이 전해주는 감각적 충돌의 상호작용일 것이다. 이 작품은 진정한 사적 다큐멘터리의 출현을 알리는 작품으로 서울독립영화제에 발견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그만큼의 논쟁점을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