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변영주 | 1995 | Documentary | Color | 16mm - DCP | 93min

TIME TABLE
12.2(월) 14:20-15:53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CT, G
12.5(목) 15:30-17:03 CGV압구정(신관) ART1관 G
SYNOPSIS

1993년 12월 23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출신 할머니의 100번째 수요 시위가 열린다. 그곳에 모인 위안부 강제 동원 할머니들과 정신대문제대책연합회 관계자들은 책임자를 처벌하고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1994년 8월 이후 영화는 김순덕, 박옥련, 이영숙, 박두리, 강덕경, 송판임 등 위안부 할머니 여섯 명이 함께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담아낸다. 할머니들은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 등에 참석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림을 배우고 아픈 기억들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간다.

DIRECTOR

변영주

1993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1997 낮은 목소리 2
1999 낮은 목소리 3 - 숨결
2002 밀애
2011 화차

STAFF

프로듀서 신수연
기획 신혜은
기획-기획보조 엄연수
촬영 김용택
편집 박곡지
음악 오윤석
음악-영상음악제작소 복화술 조병희
동시녹음 장호준
동시녹음-붐맨 남원근
사운드(음향)-녹음 이영길(한양스튜디오)
사운드(음향)-효과 이재희
조감독 장호준, 남원근

PROGRAM NOTE

변영주 감독과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이 만든 <낮은 목소리>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인 이 다큐멘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실천을 통해 알리는 전범이 되었고, 그 밖에도 독립 다큐멘터리의 극장 개봉과 흥행,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주목이라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보통 3부작이 함께 논의되고 첫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 <숨결>까지의 다큐멘터리 접근법 상의 진화에 많이 주목하기 때문에 이후 두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언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게 살펴볼 측면이 많다. 우선 <낮은 목소리> 3부작과 별개로 이 작품은 또 다른 시리즈인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연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른바 ‘기생 관광’으로 지칭되었던 제주도의 성매매 관광을 중심으로 태국과 일본의 글로벌 성매매 네트워크를 파헤친 첫 작품이 그 시점으로부터 상당한 과거의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두 번째 작품으로 넘어가는 고리는, 이른바 ‘성판매자의 자발적 선택’으로 취한 직업으로 이해되는 성매매가 어떻게 폭력적 재생산의 역사적 순환 속에 배치되어 있는지에 대한 여성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각성과 맞닿아 있다. 푸른영상에서 제작한 전작과 달리 두 번째 작품인 <낮은 목소리>가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이라는 독립적 제작팀의 설립과 함께 시작되고, 그 첫 프로젝트인 이 작품의 제작 방식으로 ‘100피트 회원’이라는 관객 회원 모집을, 배급 방식으로 ‘자주 상영’이라는 순회 상영 방식을 채택하는 과정 역시 독보적이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1993년 9월부터 1995년 1월까지 이어진 취재와 촬영에서 제작진이 끈질기게 피해생존자들을 만나고 소통한 접근 방식이다. 자신들을 광복절 특집기사용 취잿거리 정도로나 취급한 기자들의 행태에 질려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피해생존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변영주 감독과 보임의 제작진은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도 나눔의 집을 찾으며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은 결국 노래하는 박두리 피해 생존자나 춤추는 강덕경 피해생존자의 모습과 같이 이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이끌어냈다. 이는 피해생존자들을 그저 ‘피사체’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카메라와 상호작용하게 만들면서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을) 마지막 장면까지도 가능케 한 신뢰와 친밀성을 만들어 낸 다큐멘터리의 정수라고 하겠고, 어쩌면 뒤이은 두 작품의 ‘진화’ 역시 여기에서부터 예고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엔딩 크레딧 마지막을 장식하며 올라가는 100피트 회원 명단은 반드시 끝까지 봐야 할 역사적인 기록이다.

김한상 / 영상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