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5분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장편 쇼케이스

엄하늘 | 2024 | Fiction | Color | DCP | 103min (E)

TIME TABLE
11.30(토) 24:00-29:22 CGV압구정(신관) 4관 15
12.1(일) 17:40-19:22 CGV 청담씨네시티 프리미엄관 GV, 12
12.5(목) 17:00-18:42 CGV압구정(신관) 4관 GV, 12
SYNOPSIS

2001년, 경북 영천에서 교육열이 높은 대구 수성구로 전학 온 고1 경환(남, 17)은 일본 문화 오타쿠다. 그런 경환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반장 재민(남, 17)도 일본 노래를 듣는 일본 문화 마니아인걸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친해지게 된다. 수성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환을 도와주며 재민은 경환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짝사랑을 시작한 경환은 재민이 자신에게 그러하듯 자신도 재민에게 비밀을 말하기로 결심,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후 재민은 경환을 차갑게 대하고 학교에는 경환이 게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재민을 향한 경환의 짝사랑은 계속된다.

DIRECTING INTENTION

2001년은 공식적으로 21C의 첫 시작인 해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하리수가 공중파에 등장하고 일본 문화 개방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던, 얼핏 보면 개방적인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개방적이기만 했던 시기였을까요? 사실 2001년은 홍석천의 방송계 퇴출에서 알 수 있듯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은 여전히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한일 간 정치적인 문제들(독도 교과서 표기, 신사 참배 등)로 인해 일본 문화 마니아들은 은연중에 배척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얼핏 개방적으로 보였지만 알고 보면 폐쇄적이었던 2001년. 그러한 2001년에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로 상징되는 대구를 배경으로 주류가 아닌 비주류(성소수자 혹은 일본 문화 마니아)로 지낸 자들의 애환을, 재민을 짝사랑하는 경환의 관점에서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힘겹게 맞이한 비주류 인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2024년 현재 역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경환이 마주한 진실처럼 우리가 맞이한 21세기가 어둡거나 절망뿐인 시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FESTIVAL & AWARDS

2024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작품상
2024 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2024 제14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DIRECTOR
엄하늘

엄하늘

2020 물귀신
2020 피터팬의 꿈
2021 죽이는 감독

STAFF

연출 엄하늘
제작 안병래
프로듀서 이예든
각본 엄하늘
촬영 김힘찬
편집 우희정
조명 허기연
음악 이명로
미술 김진영
출연 심현서, 현우석

PROGRAM NOTE

단편의 투박한 터치로 기억되던 엄하늘의 첫 장편은 소년의 내면에 섬세하게 접근해 놀랍다. 주제곡처럼 쓰인 ‘글로브’의 두 곡에 맞춘 네 개의 씬은 사뭇 감각적이며, 눈 내리는 밤 장면의 그윽함은 다음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라디오에서 21세기는 올해 2001년부터라는 멘트가 흘러나온다. 즉, <너와 나의 5분>은 20세기의 아이가 어떻게 21세기의 소년으로 자랐는가, 의 이야기다. 시골에서 왕따를 당했던 경환은 엄마와 대구로 이사 온다. 일본 만화와 노래에 심취한 소년은 오타쿠로 놀림을 받는 가운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짝이자 반장 재민과 친밀해진다. 표현하고 싶은 아이와 억눌린 아이의 만남, 그 사이에서 BL 애니를 보며 우는 소년의 감성은 시린 계절을 통과한다. 경환은 계속 질문하는 아이다. 재민에게 왜 자기한테 잘해 주는지, 왜 나서서 막아 주는지, 왜 글로브의 노래 중 <디파쳐스>를 좋아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묻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게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물은 다음 고작 그런 이유로 인간을 혐오하냐고 따진다. 우선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고, 한편으론 자기가 아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깊숙이 무언가를 숨기고 살았던 아이로서 이해를 구하고 싶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남학생을 다룬 장르 영화의 오랜 역사는 <파수꾼> 이후 모던한 단계로 진입했는데, 그중 <너와 나의 5분>은 퀴어와 음악을 빌려 장르의 확장을 기한 영화로 오래 기억되지 싶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