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본선 단편경쟁
한유진 | 2023 | Fiction | Color | DCP | 20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2.2(토) | 11:30-13:01 | CGV압구정(본관) 3관 | N, E, GV, 12 |
12.4(월) | 17:00-18:31 | CGV압구정(신관) 4관 | N, E, GV, 12 |
12.6(수) | 13:40-15:11 | CGV압구정(본관) 2관 | N, E, 12 |
SYNOPSIS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서 안경점을 운영 중인 경희. 권태로운 결혼 생활에 놓인 경희는 새로운 손님 진녕을 마주친다. 때마침 들어오는 남편 재형. 경희의 한눈파는 날을 주목한다.
DIRECTING INTENTION
익숙함에 눈이 멀어 버린 남편과 새로움에 눈이 멀어버린 아내.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보다 낯선 사람이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차이는 바로 관심에서 비롯한다. 반복적인 삶에서 한눈파는 일은 결코 있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포기하게 되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깨지기 쉬운 유리로 둘러싸인 이 공간에서 경희의 선택을 통해 그 감정들을 드러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한유진
STAFF
연출 한유진
제작 박서린, 정서영
각본 한유진
촬영 박건희
편집 한유진, 박한결
조명 박건희
동시녹음 김태휘
미술 고유진
믹싱 유진숙
출연 주예지, 주병하, 황재필, 김마고, 한종희
PROGRAM NOTE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눈으로 인식하는 상황을 먼저 떠올리지만,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것의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눈먼>은 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극 중 배경은 의미심장하게도 안경원이다. 안경원을 운영하는 여자와 남자는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데 결혼 생활이 꽤 되는 거 같다. 여자가 물을 먼저 입에 넣고 약을 삼키니 남자는 보통은 약 먼저 입에 넣고 물을 마시지 않느냐며 한심하다는 듯 타박한다. 여자는 함께한 지 얼마나 됐는데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한다. 남편이 잠시 외출을 떠나자 또 다른 남자가 안경원을 찾아온다. 여자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둘 사이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거 같다. 시력이 좋지 않을 경우. 안경을 맞추든가 어렵지 않게 교정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한때 ‘눈이 멀어’ 결혼을 한 사이라면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서 쉽게 배우자를 교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멀어진 거리감에 체념하고 그 상황이 편해 그냥 유지하거나 극 중 여자처럼 또 다른 남자에 마음이 가 결혼반지를 빼서 싱글인 척할지 고민하거나 할 뿐이다. 시력을 재는 기구 앞에서 누군가는 렌즈 안의 대상이 선명해 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멀리 보이는 것처럼 같은 것을 보아도 생각하거나 판단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남자가 떠난 후 부부는 다시 함께하지만, 포커스가 나간 영화의 카메라는 두 사람의 마음이 전혀 함께 있지 않다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