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 도영
새로운선택 단편
박지현 | 2023 | Fiction | Color | DCP | 35min (E) World Premiere
SYNOPSIS
여름날, 도영은 친동생 도희를 사고로 잃게 된다.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찰나에 영혼을 수거하는 학생들의 실수로 도희가 아직 이승에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장승들의 도움을 통해 도희에게 다가간 도영은 못다 한 작별 인사를 마저 전할 수 있을까.
DIRECTING INTENTION
갑자기 찾아온 이별 앞에서 우리는 극심한 두려움과 설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득 궁금해진다. 이별은 왜 그리도 급히 찾아오고,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는가? 이 과정에서는 엄청난 고통과 환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도영의 상황을 통해, 이별을 마주하는 태도를 제안하려 한다. 꽃이 잘 피면 그해 탈 없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이별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이, 고통과 환상들을 지나 잘 이겨 보내고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박지현
2021 녹음이 빛나는 일대기
2022 피라
STAFF
연출 박지현
제작 손정민
각본 박지현
촬영 박세영, 박지현
편집 박지현
조명 허윤
음악 황경은
미술 전인, 김태리
동시녹음 홍승기
믹싱 박지현
D.I 허윤, 장영해
CG 이주현
조연출 신혜선
출연 한초원, 서지후
PROGRAM NOTE
이별은 후드득 온다. 상대에게 건넨 짜증이 마지막 마음인지도 모르고,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이 최후의 장면인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도영은 가볍게 장 보러 나간 길에서 같이 갔던 동생 도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한다. 황망한 도영은 도희를 마지막으로 만나 작별할 수 있기를 애절히 바라게 된다. 이러한 바람과 이승과 저승의 가교이자 령을 불러들이는 한 무리 학생들의 실수 그리고 문득 찾아온 장승의 도움이 더해져 <다리 밑 도영>은 굴러간다. 영화는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지만, 면면이 슬프지만은 않다. 장례는 생과 사를 가르는 엄정한 시간임에도 학생들의 장송곡의 가사는 아름답고, 그들의 사뿐한 춤사위는 다른 세계로 이행하는 일이 울음으로만 가득하지 않음을 넌지시 그려낸다. 학생들의 행정 착오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절명을 둘러싼 두터운 공기를 한 꺼풀 가볍게 만든다. 더불어 도깨비의 모습으로 현현한 장난기 가득한 장승들은 불쑥불쑥 도영을 돌본다.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도영에게 환상과 구분되지 않는 기이한 풍경들이 연속된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도영은 상실을 납득하고, 다음에 대해 상상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일은 단지하는 듯 고통스럽다. 저며 오는 괴로움을 끊어 내고 싶기만 하다. 설령 떼어 내 한편에 묻어 두고 온대도 어떤 마음은 영영 뒤따라오고야 만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멈추지 않고 걸어 나가는 일이라 영화는 도영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김민범 / 서울독립영화제2023 데일리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