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교문을 열며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이재구 | 1992 | Fiction | Color | DCP | 86min

SYNOPSIS

인문계 고등학교 취업반 학생들의 좌절과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의 이야기. 닫힌 교문으로 상징되는 폐쇄적인 교육현실에 대한 아픔과 참교육에 대한 열망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DIRECTOR

이재구

1990 <파업전야>

 

STAFF

연출 이재구
조연출 최호, 김숙, 김건, 강경환, 황길재
제작 장산곶매
후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획 장산곶매 기획실, 전교조문화국
각본 조명주, 강헌
촬영 함남섭, 박상홍, 윤현, 문정주, 송왕섭
조명 최원근, 조성욱
편집 고임표
음악 주현신 유형수
분장 박윤아, 박연풍
스틸 한미진
출연 정진영, 엄상현, 나유진, 엄민규, 서은정, 이호성, 권병길, 김명곤

PROGRAM NOTE

<닫힌 교문을 열며>를 처음 본 것은 1992년 어느 대학의 강당에서였다. 사운드가 녹음되지 않아 무성영화처럼 관람을 해야했다. 당시 문화부는 녹음실과 현상실 등에 압력을 넣어 작업을 방해하며 영화의 완성을 막았고, <오! 꿈의 나라>(1989)와 <파업전야>(1990) 등을 완성한 독립영화 제작사 ‘장산곶매’는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며 미완성 형태로 상영을 강행했다. 그런 상황에서 바깥에는 상영을 저지하려는 경찰까지 와 있었으니,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내용을 알 수 없는 답답함 속에 봐야했지만 투쟁심이 불타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완성된 영화는 한 참을 지난 후에야 다시 볼 수 있었다.
<닫힌 교문을 열며>는 1990년 결성된 전교조의 참교육 열풍 속에서 제도 교육의 한계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당시에도 입시위주의 교육과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서 주류영화계에서도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1989),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 등의 영화가 만들어져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닫힌 교문을 열며>는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개입시키며 입시의 도구로만 전락한 권위적인 학교의 모습과 그에 대항하는 선생님/학생을 그려냈다. 군인 출신의 교사가 교문에서부터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훈육하고, 교무실에는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교사들을 압박하는 교장과 교감이 있다. 교실에서는 입시반과 취업반으로 나누고 대학에 갈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한다.
그속에서도 학생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교지를 만들기 위해 대학으로 공장으로 선배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교지를 완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학교는 노동자를 다뤘다는 이유로 교지를 승인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의 부당한 검열에 대항해 검열되지 않은 교지를 돌리며 항거한다. 이혜정 선생님(박혜숙) 역시 육성회 찬조금을 걷으라는 학교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해직을 당한다. 결국 선생님과 학생이 굳게 닫힌 교문을 열기 위해 비장한 싸움을 벌인다.
<닫힌 교문을 열며>가 제기하는 문제는 부당한 교육현실에 대한 고발과 더불어 학생들이 가져야 하는 자유의지와 노동의 가치에 대한 역설이다. 이 지점이 다른 청소년 소재의 영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고등학교가 대학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는 여실히 보여준다. 교실에서 'L'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단어를 언급하며 'Labor 노동‘에 대해 설명하는 송대진 선생님(정진영)의 모습은 지금보아도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추운 겨울 비를 맞으며 교문 앞에 운집한 학생과 선생님의 모습 또한 기억되는 장면이다. 더불어 전경들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강경대 열사의 죽음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투쟁장면을 비롯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통해 현장성과 당대성을 강화했다.
‘장산곶매’는 시대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공동각본과 공동연출의 제작방식으로 사회운동과 영화운동을 적극적으로 결합시켜내며 독립영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닫힌 교문을 열며>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되었지만 정부의 탄압은 지속되었고 아쉽게도 ‘장산곶매’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조영각(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