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핀

장편 쇼케이스

배두리 | 2022 | Fiction | Color | DCP | 90min

SYNOPSIS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챙기는 일이다. 그런데 엄마는 추억이 깃든 소중한 집을 팔려고 하고 남동생은 서울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혼란을 겪는 동안 우연히 나영에게 찾아온 볼링. 나영은 점점 볼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삶의 예측 불가능함을 받아들인다는 것.

FESTIVAL & AWARDS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2023 제16회 헝가리한국영화제

DIRECTOR
배두리

배두리

2009 폐점시간
2010 놀이
2012 어젯밤

STAFF

연출 배두리
제작 노일환
각본 배두리
촬영 김힘찬
편집 김혜경, 배두리
조명 허기연
음악 마이클 최
미술 권정희
출연 권유리, 길해연, 현우석

PROGRAM NOTE

더 이상 손님이 찾지 않는 볼링장,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펜션, 나영(권유리)을 중심으로 오래된 집을 떠나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배두리 감독의 <돌핀>은 새로운 세상과 익숙한 공간 사이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시종일관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친구처럼 지내던 직장 동료마저 나영의 곁을 떠나고, 또 한 번의 인생의 변화를 겪어야 할 무렵 나영을 찾아온 것은 볼링이다. 우연처럼 경험하게 된 볼링에서 나영은 돌핀이라는 뜻밖의 순간을 마주한다. 레일을 벗어난 공이 기적처럼 튀어 올라 핀을 쓰러트리듯, 좀처럼 변화의 기미가 안 보이던 나영의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나영에게 집은 단순히 먹고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다. 돌아가신 친부모와의 추억이 담긴,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엄마 정옥(길해연)이 다 알 수 없는, 그녀의 ‘평생’이 담긴 공간이다. 바로 그 집에서 나영은 어느 날 바람에 닫히는 문소리를 듣는다. 주변인들의 조언에도 꿈쩍 않던 나영이 비로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것은, 바람이 들려준 이 문소리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나영을 빗속으로 내몰고 끝내 문을 열어 주지 않던 집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튀어 올라 핀을 쓰러트린, 점수로는 계산되지 않지만 분명한 행운인, 돌핀처럼. 지방 읍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드라마이자 청춘 멜로인 <돌핀>은 배우 권유리의 자기 옷을 입은 듯한 담담하고 편안한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트랙 위에 새롭게 놓인 핀들을 바라보는 나영처럼, 새로운 삶에 대한 작은 용기와 위안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신아가 / 서울독립영화제202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