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잡는 날
서울독립영화제2016 (제42회)
본선경쟁 단편
양청직 | 2016 | Fiction | Color | MOV | 31min 41sec
SYNOPSIS
돼지를 잡아먹기 위해 농장에 모인 가족들은 묘한 기류 속에서 각자의 생각과 모습을 드러낸다.
DIRECTING INTENTION
소년과 성인의 중간에 있는 인물이 가족들과 함께 돼지를 잡는 상황을 통해 타의에 의해 강요받는 성장을, 그리고 이후의 씁쓸하고 미묘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돼지의 사체를 두고 미묘한 갈등을 일으키는 가족들과 ‘남자’가 되기를 강요받는 주인공을 통해서 말이다. 원색적이고 이질적인 이미지들 사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장의 긍정적인 뉘앙스와 무관하게, 세상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FESTIVAL & AWARDS
2016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6 제05회 광주독립영화제
DIRECTOR
양청직
STAFF
연출 양청직
제작 금빛누리
각본 양청직
촬영 손진용
편집 양청직
출연 김종수
PROGRAM NOTE
흔히 돼지를 잡는다고 하면 ‘잔칫날’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유효했던 예전에는 그랬다.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에는 어떨까. 시골 농장에 친척 식구들이 모인다. 돼지를 잡기로 한 날인데 분위기가 영 심상찮다. 어머니 묫자리를 두고 형제간에 싸움이 붙는다. 다른 곳으로 이장하고 남은 땅을 팔자는 동생에 맞서 형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이에 성이 난 동생은 대신 형의 아들을 불러 장도리를 손에 쥐여 주고는 돼지 머리를 치라고 주문한다. 보다 못한 매형은 이 상황이 맘에 안 드는 듯 장도리를 뺏어 돼지 머리에 화풀이하고는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돼지 잡는 날>은 몸뚱이가 해체된 돼지처럼 심정적으로 뿔뿔이 흩어진 극 중 가족의 민낯을 내장까지 발려내듯 드러낸다. 반가워야 할 모임에 신경전을 벌이는 가족 간 사이는 바람 소리처럼 스산하다. 형편들이 어려워 자기 잇속을 챙기려 부딪히는 과정은 죽은 돼지에서 흘러나온 피처럼 비릿하다. 그런 가족 사이를 살벌한 돼지 농장 배경으로 우회한 이 영화의 대사는, 그래서 중의적인 데가 있다. “뭐 한다고 그 징그러운 걸 보고 있어. 옷이나 버리지. 지겨워 아주” 친척 어른의 지친 듯한 목소리에 조카가 내놓는 대답이 의미심장하다. “나도 거들어야지” 그랬다가 돼지 내장을 담은 수레를 엎은 조카의 옷은 금세 피로 물든다. 친척 간의 갈등이 자식 세대로까지 이어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돼지 잡는 날’의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변모하였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16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