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해외초청

하마구치 류스케 | 2021 | Fiction | Color | DCP | 179min 18sec (KN)

TIME TABLE
SYNOPSIS

연극배우이자 각본가인 카후쿠는 사랑하는 아내 오토와 부족함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는 비밀을 남겨 둔 채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2년 뒤, 아끼는 차를 끌고 히로시마연극제에 참석하러 가는 카후쿠는 과묵한 전속 운전기사 미사키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연극 오디션에서는 과거 오토가 소개해 줬던 배우 타카츠키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상실감과 더불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로 고통 받아 왔던 카후쿠는 미사키와 함께 고통스러운 서로의 과거를 밝혀 나가고 그동안 외면해 왔던 어떤 것에 대하여 깨닫는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고통과 고귀함, 믿는다는 것의 어려움과 강인함, 살아가는 것의 괴로움과 아름다움.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갈등의 끝에 도달하는 곳은 어디일까? 마지막 20분은 재생을 향해 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여 주며 관객의 영혼까지도 뒤흔들 만큼 압도적이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영화화하고 싶었던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이 소설에 가후쿠와 미사키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이 흥미로운 두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은 차 안에서 일어난다. 소설의 묘사를 보며, 그 폐쇄돼 있으면서 움직이는 공간에서만 나올 수 있는 내밀한 대화에 대한 나 자신의 기억이 떠올랐다.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차 안은 사실 아무 데도 아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의 발견하거나,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생각을 드러내게 되는 때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단편소설의 테마가 연기였기 때문이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으로는 소위 광기로 인식되는 다중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연기를 직업으로 삼는 건 분명 고된 일이며, 때로는 정신적 붕괴까지도 일으킨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생계를 위해 연기를 하는 이들은 사실 그 광기에 의해 치유받으며, 그로 인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생존 방법’으로서 행하는 이런 연기 유형에 나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다.
마지막 이유는, 타카츠키라는 이름의 모호한 인물과 그의 "목소리"가 묘사되는 방식 때문이다. 카후쿠는 아내가 죽기 전에 타카츠키와 동침했다고 확신하며, 이 남자가 "딱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날 타카츠키가 카후쿠의 맹점을 드러낸다.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신을 깊숙이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요.” 상당히 전형적인 타카츠키의 이 말이 카후쿠에게 충격을 주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그 스스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진실’임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티 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적어도 연기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안다, 실제로 들어 본 적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더는 이전과 같을 수 없고 그 목소리의 물음에 반드시 응답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설에서는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다루지 않았다. 나는 카후쿠의 응답이 묘사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이토록 매혹적인 요소들로 가득 찬 이 단편소설을 영화화하기 시작했을 때, 내 목표는 이 이야기에 묘사되었듯 진실을 담은 일련의 ‘목소리들’로 이러한 질문과 대답을 풀어 나가 카후쿠의 최종 답변에 도달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이는 또한 연기라는 허구를 통해 관객들이 끊임없이 진실을 직감하게 되는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낼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 작품을 찍으며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는 것이다.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려 낸 카후쿠를 시작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고통을 표현하지만, 내가 촬영장에 있던 모든 배우들에게서 느낀 것은 연기의 즐거움이었다. 그럼 어떤 것이 카메라에 찍혔을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지 진심으로 보고 싶다.

*인용구 출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중 「드라이브 마이 카」.

FESTIVAL & AWARDS

2021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국제비평가연맹상, 에큐메니칼심사위원상, 프랑스독립상영관협회(AFCAE)상
2021 타마시네마포럼 최우수작품상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하마구치 류스케

하마구치 류스케

2008 열정
2009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2010 심도
2011 바다의 소리
2012 친밀함
2013 바다의 목소리: 신치마치
2013 바다의 목소리: 게센누마
2013 노래하는 사람
2013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2015 해피 아워
2018 아사코
2020 우연과 상상

STAFF

연출 하마구치 류스케
총괄 프로듀서 나카니시 카즈오, 사다이 유지
제작 야마모토 테루히사
각본 하마구치 류스케, 다카마사 오에
촬영 시노미야 히데토시
편집 야마자키 아즈시
조명 다카이 타이키
음악 이시바시 에이코
사운드 가도아키 이즈타
미술 서현선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기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소냐 위엔, 안휘태

PROGRAM NOTE

배우이자 각본가인 카후쿠는 아내와 사별했다. 두 사람은 섹스와 스토리텔링, 대본 연습을 둘러싸고 은밀하고 독특한 방식을 공유해 왔고 성공적인 결과물까지 내오던 차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들은 서로를 정확히 마주하지 못한다. 2년 후, 카후쿠는 다양한 언어를 쓰는 배우들을 모아 연극 <바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카후쿠가 배우 오디션을 열고 배우들과 대본 연습을 거쳐 본 공연을 하는 과정을 하나씩 밟아 간다. 영화의 또 다른 축에는 카후쿠와 그의 15년 지기 자동차, 카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사 미사키, 카후쿠, 자동차, 미사키 사이의 작용과 발생이 있다. 차는 폐쇄되고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인 매개다. 이것이야말로 하마구치 류스케가 구현해 온 현실 속 비현실의 세계이자 영화적 리얼리티와 황당무계함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적의 경제적 장치가 아닌가. 이동하는 차에서 인물들은 이상한 힘에 이끌려 제 심연을 들여다보고 상대에게 그것을 말하는가 하면 끝내 서로를 향한 인간적 이해로까지 나아간다. 또한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감독이 줄기차게 탐구해 온 연기하는 배우에 관한 이야기와 접근이 있다. 배우가 연기할 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뭔가를 일으키는 연기를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카후쿠와 미사키의 작용 역시 크게 보면 연기의 그것과 닮은 듯하다. 중층의 발생을 거쳐 마침내 영화는 배우의 육신과 연극 무대,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카후쿠 심연의 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