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쓰는 시
장편 쇼케이스
정다운 | 2023 | Documentary | Color | DCP | 115min (E)
TIME TABLE
12.3(일) | 15:40-17:35 | CGV압구정(신관) ART2관 | E, GV, G |
12.7(목) | 17:30-19:25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E, G |
SYNOPSIS
정영선의 조경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생로병사를 상징하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개인의 삶의 시간을 담은 사적인 앞마당 정원부터 우리 이웃들과 만나는 일상의 쉼과 놀이가 숨바꼭질하듯 펼쳐지는 선유도 공원과 묘지들까지, 경제적 성장과 개발을 상징하는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들의 명암이 정영선 조경가의 공간들 사이로 펼쳐진다.
그리고 정영선 조경가가 마지막으로 놓지 못하는 과제, 한국의 땅의 특성과 경관을 자연스럽게 되살리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한 나라의 자연이, 시대의 역사를 품은 가장 자연스러운 땅의 그림이 후세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한 조경가의 꿈이 조금은 불안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의 단서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DIRECTING INTENTION
2019년 기록적인 미세먼지의 습격과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로 인류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수질 개선이 된 베니스의 예 등을 통해 자연과 그 회복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때이다. 생명의 힘과 죽음이라는 소멸을 투영하는 그녀의 조경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함께하는 자연과 조경의 중요성과 한국적 자연 경관 복원의 가능성을 전하고 싶었다. 역사 속에서 증명해 온 놀라운 자연의 생명력과 한국적인 경관의 복원이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마지막 과제를 따라가다 보면 대규모 국토 개발 또는 강원도 산불과 같은 재해로 인해 국토 위에 남겨진 상흔이 회복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미세먼지와 초고밀도 도시의 색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의 뿌연 생태 미래 속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희망적인 그림을 찾아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23 제14회 광주여성영화제
2023 남도영화제시즌1순천
2023 제2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DIRECTOR
정다운
2016 한국 현대 건축의 오늘
2019 이타미 준의 바다
2022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STAFF
연출 정다운
제작 김종신
촬영 박명진
편집 정다운
음악 김선
출연 정영선
PROGRAM NOTE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 교수는 선유도 공원, 호암미술관 희원, 서울식물원의 조경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정영선이 살고 있는 양평 집 앞마당의 사계절과 곳곳에 그녀의 손길이 묻어 있는 조경 작품들을 보여 주며 정영선이라는 인물의 조경 철학을 들여다본다. 그녀의 조경 작업은 장소의 맥락을 파악하고, 장소와 인간, 사물들의 관계를 그리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새롭게 창조하고 바꾸기보다 기존의 장소들을 되살리고 복원하고 어우러지게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녀의 앞마당에도 계절마다 다른 꽃과 생물들이 풍경을 만들어 내도록 조경되어 있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은 개발과 성장의 구호 속에 파괴되고 부서진 장소를 회복하고, 주변 요소들과의 끊어진 관계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 된다. “어떤 시를 여기에다 놓으면 좋을까?”라는 정영선의 말처럼 그녀의 조경 작업은 그에 어울리는 이름과 운율과 이야기를 되찾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 역시 시를 쓰듯 그녀의 조경 작업들을 보여 준다. 수직과 수평으로 느리게 패닝하는 카메라와 사계절 앞마당의 꽃들에 이름을 달아 주는 자막을 통해 영화는 땅에 시를 쓰는 정영선의 삶과 철학을 가져와 스크린에 시를 쓰듯 담아낸다.
배주연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