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여자

서울독립영화제2009 (제35회)

본선경쟁(장편)

권우정 | 2009|Documentary|Color|HD|95min | 대상 & 독립스타상-사운드 표용수

SYNOPSIS

대학 때부터 농민운동가를 꿈꿔온 강선희, 캠퍼스 커플인 남편을 따라 농촌에 정착한 변은주, 농활을 통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에 흠뻑 반한 부잣집 막내딸 소희주. 대학동창인 세 여자는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왔다. 농사를 지으며 희고 곱던 손은 볕에 그을린 채 거칠어갔고, 농민운동을 하며 아이들은 늦은 밤까지 엄마를 기다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이 꿈꾼 건 농민의 삶이었지만 그들의 현실은 팍팍한 농민의 삶에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가야하는 여성의 삶이 무겁게 더해진 것이었다.
영화는 이 땅에서 여전히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두 이름,‘여성’과‘농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1여 년에 걸친 행보를 기록했다.

DIRECTING INTENTION

하루 14시간이 넘는 육체노동에 종사 하면서도 돈 한 푼 손에 못 쥐는 무급 봉사자‘여성농민들’이 있다. 물론 노동의 대가가 자본으로만 가치 판단될 수 없지만 기본적인 판단 근거에서도 빗겨난 그녀들의 노동과 희생은 무엇을 통해 보상될 수 있을까?
현재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약53%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 농업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여성농민들이 농업 생산의 주체로서 그 이름에 걸맞는 권리와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농촌의 모습이다
영화는 사회적 관심 밖에 있는 그녀들이 현재 이 땅을 지키고 우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진정한 대지의 어머니로서, 그녀들 고유의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녹록치 않은 그녀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09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권우정

권우정

 

2001 < 농가부채특별법 그후, 우리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 (공동연출)

2003 < 개방농정의 시대,2001 농촌보고서 >

2004 < 농가일기 >

2006 < 우리가 홍콩에 간 이유- WTO 투쟁보고서 >

2007 <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 (공동연출)

 

STAFF

연출 권우정
촬영 김수목, 손화영
편집 권우정, 김설해, 최인성
음향 표용수
음악 이지은

PROGRAM NOTE

소희주(37)는 경남 진주에서 멜론농사와 고추농사를 짓는 농사꾼이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이고 진주여성농민회에서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는 농민활동가이다.
변은주(37) 역시 농대를 나온 남편의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농사를 짓고 아이를 키우고 농민회 활동을 한다.
강선희(39)는 소희주, 변은주의 대학 선배로 경남 합천에서 지역 여성농업인센터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합천군 당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그녀 또한 아들 둘의 엄마이다.
<땅의 여자>는 대학 때부터 농사꾼으로 농민활동가로서의 이상을 가지고 일찌감치 귀농한 이들 세 명의 여성농민들의 1년여 간의 고군분투 행보를 기록한 사람과 삶의 이야기이다.
농촌을 자신들의 미래의 터전으로 선택했다고 해서 그녀들이 하루 종일 한국 농촌 현실에 대해서만 머리 싸매고 있는 것은 아니다.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나는 아직까지 농사일에 서투른 것일까. 똑같이 농사일을 하는데도 왜 내가 가사와 육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걸까. 시어머니는 왜 나를 종 부리듯 하는 걸까. 지금 하는 농사일도 힘에 부친데 왜 남편은 소까지 기르려는 것일까. 농촌의 아이들을 모아서 공부방을 하면 어떨까. 오늘 농민회 모임에선 할머니, 아줌마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노래를 부를까....
개인적인 고민서부터 농촌 현실에 대한 고민까지 시행착오와 좌절에 부딪혀가며 깨달음을 얻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가 갖는 장점이자 성취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솔직하고 대범하고 근성있는 세 명의 여자들로 인해 그리고 그녀들의 삶으로 인해 마치 걸쭉한 입담의 친한 언니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듣듯 그렇게 몰입도 높은 경험을 하게 한다.
사실, 하루종일 밭에서 일하다가 농민회 모임에 나가 농촌현실에 대해 고민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밥하고 아이들 건사하고...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벅차다.
여전히 쉽지 않은 농사일과 가사, 육아 부담, 농민활동가로서의 이상... 어느 것 하나 녹녹치 않은 현실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과 씩씩하게 맞짱 뜨며 나아간다.
활동의 동지인 남편과 싸우기도 하고 타협도 하고 보수적인 시어머니와 갈등도 하고 혹은 연대도 하며 불안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그렇게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
농촌에 자신들의 미래를 건 이들 세 명의 여성농민과 친밀함과 진정성으로 삶의 디테일을 세심하게 잡아낸 감독의 연출력이 빚은 <땅의 여자>는 농촌 현실의 생생한 보고서이자 흥미진진한 희노애락의 드라마로 우리 곁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부지영/서울독립영화제2009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