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텔레스코프
본선 단편경쟁
윤은경 | 2023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B/W | DCP | 27min (KN, E)
SYNOPSIS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서, 처음의 소리가 찾아오다.” 영화는 목소리를 변조하며 전파를 바꾸고, 맞지 않는 주파수를 조절한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려오지 않던 것이 들려온다.
DIRECTING INTENTION
‘아직 오지 않는 미래에서 처음의 소리가 찾아오다’의 어원을 가진 하츠네 미쿠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커뮤니티인 보컬로이드를 통해 만들어진 버추얼 아바타다. 보컬로이드를 통해 누구나 노래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게 되며, 창작의 민주화의 아이콘이 된 하츠네 미쿠는 다수에 의해 발화되고 변조된다. 그의 첫 앨범은 일본어로 ‘송골매’를 뜻하는 하야부사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전투 부대인 가미카제가 탔던 전투기의 이름이고 일본에서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업은 하나의 목소리 안에 짓이겨진 시간을 탐색하며 더 이상 하나의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이름을 한자리에 호명한다. 그것은 홀로그램화된 시간이며 역사이고 기억이다. 어쩌면 하나로 변형된 모든 것이 지나온 모든 것을 가로 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IRECTOR

윤은경
STAFF
연출 윤은경
제작 강동협
각본윤은경
편집 윤은경
음악 김근채
PROGRAM NOTE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송골매를 뜻한다. 무엇보다 하야부사는 합성 엔진으로 제작한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공식 음원이다. 그러니까, <라디오텔레스코프>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음악 다큐멘터리인가? 그런 예상을 깨라는 듯 내레이션은 하야부사가 가미카제가 탑승했던 비행기의 이름이자 신칸센에 붙은 애칭이라며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들 비행기와 기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진 혹은 전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를 배경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언급하면서 과거는 없는 것인 양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문제를 지적한다. 이처럼 <라디오텔레스코프>는 과거를 망각한 일본 군국주의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일본 문화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중 하야부사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저작권 없이 자유롭게 음원을 제작할 수 있는 까닭에 창작의 민주화라는 명목으로 무한 증식과 변형을 할 수 있다. 이 말은 하츠네 미쿠의 저변에 깔린 군국주의가 아무런 필터 없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는 것. 실제로 하츠네 미쿠의 버츄얼 아바타는 홍콩민주화 운동에도 동원(?)되고 또한, 타임지(誌) 선정 2014년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인물 8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 아니 위력을 과시했다. 매체의 발달은 곧 메시지 전달의 고도화를 의미하기도 해서 <라디오텔레스코프>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우리가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