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도그
새로운선택 단편
권동현,권세정 | 2023 | Documentary | Color+B/W | DCP | 19min (N, K, E) World Premiere
SYNOPSIS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학자는 수많은 유리 간판 사진을 남겼다. 화자는 그의 사진들 속에서 개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100여 년 전 개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DIRECTING INTENTION
<전남 해남 우수영의 진돗개>는 한국에 남아 있는 개가 찍힌, 가장 오래된 사진 중 하나다. 이 사진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식민지 조선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던 도리이 류조의 사료 조사에 포함되어 있다. 사진 속 인간과, 그 곁에 함께 기록된 개, 그리고 이를 기록한 저자를 살펴본다. 개를 비롯한 비인간이 인간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발굴하며, 지금 내 곁의 개를 다시 보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권동현,권세정
2021 세디, 도도를 만나는 법
2022 러브 데스 도그 시티
STAFF
연출 권동현, 권세정
제작 유지원
촬영 권동현, 권세정
편집 권동현, 권세정
PROGRAM NOTE
제국주의 시절, 서양은 우생학을 근거로 타인종을 열등한 종족으로 여기며 지배나 학살을 정당화했다. 아시아의 유일한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은 조선인들이 일본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생물학적 근거를 밝혀 지배를 정당화하려 했다. 조선인들의 신체조건, 풍습, 함께 살아가는 동물까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개 또한 인간과 유사한 목적과 방식으로 조사되었고, 이렇게 조선의 개를 처음 기록한 사진은 이 영화의 시작이 되었다. 오늘날 인간과 개의 공존 방식에 대해 고심해 본적이 있다면, 제국주의 시대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지배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더불어 이 영화에 집중해 보길 바란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인간과 개는 자유로이 서로의 공간을 공유했다. 하지만 식민지배 시 진행된 일련의 조사와 국가적 방역, 서양의 가치 주입을 통해, 인간이 소유하지 않는 개는 사회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 제국주의 시대 특정 문화를 기준으로 세계화가 진행되었다는 것 또한 이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부류 중심의 관계화는 특정 대상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야기시키고 사회의 가치 또한 크게 변화시킨다. 철저히 비안간화되었던 피식민지에서 비인간인 개 또한 인간과의 관계에서 큰 변화를 갖게 되었다는 점 또한 주목해 볼만 하다. 무심히 흘러가 버린 흑백의 기록들은 영화 속에서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시 스크랩되고, 마치 우화처럼 발언되는 사실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현재를 반추시킨다. 이 영화는 오늘날 익숙하고 일상적인 풍경들에 다단한 역사적 레이어를 갖게 하고, 우리 곁을 함께해 준 소중한 존재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 준다.
강혜민 / 서울독립영화제2023 홍보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