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죽여라?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장편경쟁

강효진 | 2004 | Fiction | DV | Color | 75min 10sec | 관객상

SYNOPSIS

여자친구 혜지에게 배신 당한 상혁은 인터넷에서 그녀와 새 애인의 청부살인을 의뢰한다. 피를 싫어하는 그의 살해조건은 맨손으로 때려죽이라는 것. 엄마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킬러로 나선 광식은 무작정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가지만, 그의 약한 펀치로 두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은 너무나 버겁다. 지겹도록 맞다 지친 혜지와 그녀의 새 애인은 어떻게 해야 빠르고 쉽게 죽을지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12시 이전에 죽어야만 광식이 상혁에게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 시간 안에 맞아 죽는 것은 힘들다고 결론을 내린 세 사람은 상혁에게 새로운 협상을 제의한다.

DIRECTING INTENTION

죽음은 가볍지 않다.
현대인들은 매일 모든 매체에서 너무나 쉽게 소비되는 사망, 죽음, 자살의 단어들에 무감각해져 있다. 하지만 죽음은 결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로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면 적어도 한 개인에게 '죽음'은, 자신이 살아온 모든 세상이 막을 내리는 비극적인 현실이므로.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DIRECTOR
강효진

강효진





2000  <잔인한 날>

STAFF

연 출 강효진
제 작 박성희
각 본 강효진
촬 영 손삼웅
조 명 윤종근
편 집 박상호
음 악 이광진
사운드 공태원
미 술 김 준
분 장 박명희
출 연 김광식, 심 민, 현준

PROGRAM NOTE

여자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상혁은 청부살인을 의뢰하고 피를 튀기지 않고 맨손으로만 정해진 시간 내에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 남녀와 살인청부를 한 상혁 사이에서 어떻게 죽을 지 협상을 벌이고 결국 그들은 모두 죽는다. 킬러까지도.이 영화는 세 개의 이야기 축(살인이 일어나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축과 살인청부를 한 상혁의 중심으로 진행되는 축과 모든 사건이 종결된 이후의 사건에 대해 담당한 형사들의 이야기가 한 축이다)으로 전개되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조금은 억척스러운 면은 분명 존재한다. 어떤 장면에선 불쾌하기도 하다. 그리고 황당하기도 하다. 이 모든 점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역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 영화는 지금의 이 시대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명에 대한 경시가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살인과 죽음, 그리고 삶의 위기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에서 죽음은 너무도 많고 넘치는데, 제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하여 죽음은 개인에겐 엄청난 고통이며, 절멸의 순간이지만 그것은 개인이 아닌 사회에선 무감각해져 버린다. 그것은 어디서나 존재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물리치지 않고서는 불안한 심리를 감당할 수 없는 현대사회이기에 죽음은 언제나 내몰리고 희화화되며 웃기기까지 된다. 죽음에 대한 이상증후이다. 아무튼 영화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표면을 통해 영화에 대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김화범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