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들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장편경쟁

최혁진 | 2020 | Fiction | Color | DCP | 71min 51sec

SYNOPSIS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민석, 재혼한 아버지가 태국으로 떠난 것을 알게 된다.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민석은 빈 할머니 집에서 지내기로 하는데, 이제 막 전역한 새어머니의 아들 수호가 할머니 집에 찾아오게 된다. 잠시 쉬고 싶은 민석과 달리 시골 생활이 처음인 수호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는 관계가 정리된 후에야 그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살아가며 의례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중 하나라 생각한 사람이 어쩌면 내가 마음을 열었던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관계에 대해 새로 시작할 동력을 잃어버린 한 사람과 모든 일에 호기심이 넘치는 다른 한 사람을 통해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지만, 그 끝에서 불현듯 깨닫게 되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최혁진

최혁진

2020 오오카가와 강  

STAFF

연출 최혁진
제작 최혁진
각본 최혁진, 류한규, 허중회
촬영 최혁진
편집 최혁진
조연출 류한규
사운드 류한규, 신성용
색보정 이은혜
출연 허중회, 이상욱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되고 도입부의 장면들이 지나는 동안에도, <방문객들>의 정체는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어두운 밤, 빈집에 한 남자가 문을 따고 들어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군복을 입은 또 다른 남자가 방문해서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다는 설정 이외에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정보는 거의 없다. 장면들은 둘의 관계, 그들 각자가 놓인 현재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둘 사이에 깃든 어색함과 이상한 긴장감 같은 감정의 상태를 주시할 뿐이다. 영화는 인물들을 한 장면 안에 위치시키면서도 프레임 양 끝에 걸쳐 두거나 시선을 어긋나게 함으로써 둘 사이의 심리적이고도 물리적인 거리감을 화면에 거칠게 새긴다. 짧고 무뚝뚝한 대사로 둘의 관계가 간신히 예측될 무렵, 주인을 잃은 오래된 집과 두 젊은 남자의 구도 혹은 이 셋이 공유하는 공간의 공기에도 미약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늘어난 것도 아니며 딱히 계기라고 할 만한 무엇도 없지만, 한여름의 일상적 풍경 안에서 두 남자가 나누는 약간의 친밀함, 유머, 배려,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시선이 앞선 거리감을 아주 잠깐씩, 그러나 감동적으로 무너뜨린다. 이 영화는 그 미시적인 찰나가 빚어낸 신기한 파동을 섬세하게 응시하고 되새긴다. 사람의 마음을 사랑할 줄 아는 귀한 영화. <방문객들>의 잔잔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우리는 어느덧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