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국궁 대회 하루 전날, 양봉꾼 형철은 아들 원영이 활을 쏘는 궁도장 숲에 들어가 말벌집을 제거한다. 한편, 그날 주변인 모두와 마찰을 빚은 원영은 말벌이 든 포대를 활로 쏴 버리고, 모두를 벌에 쏘이게 만든다. 자신까지도.

국궁을 소재로 한, 고등학생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하루 동안에 내외부적인 갈등 속에서 끝내는 폭발해버린 주인공과, 그 주인공에게 복수하는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끝나지 않는 복수극 이야기를 만들었다.

World Premiere

단편영화에서 접하기 힘든 ‘벌’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벌들의 비행>은 영화의 시작부터 과감하고 섬세한 편집과 불안하면서 세련된 음악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이 영화는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초반부, 궁도 대회를 준비하며 예민해진 등장인물들의 억눌린 감정은 클로즈업으로 촬영된 벌들의 인서트 숏과 서늘한 음악으로 고조되고, 영화 전반에 깔린 폭발 직전의 정서가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의 중반부에서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던 감정들이 터진다. 폭주하는 배우들을 따라 미묘하게 시간대가 뒤틀린 편집과 거친 핸드 헬드 촬영이 영화의 감정선을 증폭시킨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여 주는 감정의 폭주와 영화적 기교가 너무 거칠고 강렬해서 이 영화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감정선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촬영, 편집, 음악, 연기에서 연출자의 의도와 노련함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북과 꽹과리로 정신 없이 몰아치는 음악과 함께 어둠 속에서 아들을 찾는 아버지와 살기 위해 도망치는 주인공이 서로 엇갈리는 숏은 이 강렬하고 섬세한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정혁기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