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씨의 원데이 클라쓰
단편 쇼케이스
최범찬 | 2023 | Fiction | Color | DCP | 38min (E) World Premiere
TIME TABLE
12.3(일) | 13:10-14:54 | CGV압구정(본관) 2관 | E, GV, 12 |
12.5(화) | 17:30-19:14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E, GV, 12 |
SYNOPSIS
제주 토박이 할매 복순은 장성한 자녀들이 모두 육지에 정착해 옛 집에 홀로 지낸다. 고향 방문이 요원했던 자식들이 자신의 생일을 맞아 찾아온다는 소식에 모처럼 신이 난 복순은 제주 음식 한 상을 풍성히 차리지만 돌아오는 건 못 가게 돼 죄송하다는 전화 한 통뿐이다. 다음 날 유난히 쑤시는 무릎을 이끌고 관절 병원을 찾은 복순은 엄마가 요가원을 개원했다며 전단지를 돌리는 마을 청년 동이를 만난다. 수북이 남아 있는 음식이나 나눠 줄 요량으로 요가원을 찾은 복순. 오랜만에 만나는 동네 사람들이 복순을 반갑게 맞이하고, 조카처럼 예뻐했던 영숙이가 요가 선생님이 되어 복순에게 원데이 클래스를 지도한다. 얼떨결에 복순은 아프고 뻣뻣한 몸을 움직이며 요가 자세를 따라 해보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드넓은 밭을 홀로 일구던 제주 할망을 보았다. 밭은 넓고 할망은 작아 거의 점처럼 보였는데… 이게 홀로 경작 가능하단 말이야? 며칠 뒤 다시 찾은 그 밭엔 어느새 새로운 작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처럼 일해 온 제주 할망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그보다 그녀의 무릎은 괜찮은 것일까? 할망의 여생이 온전히 본인을 위해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최범찬
2018 면접후기
2019 내일로 가는 오늘밤
2021 널 보러 간 건 아니었지만
STAFF
연출 최범찬
제작 박서영
프로듀서 박하람
촬영 김동효
조명 신정훈
동시녹음 박종우
사운드 장철호
분장 장경은
음악 정용진
조연출 박민우
출연 김자영
PROGRAM NOTE
제주도 어느 마을에 사는 고복순(김자영)씨는 하루 종일 바쁘다. 다리도 성치 않은데 쭈그리고 앉아 넓은 밭을 혼자 경작하고, 오랜만에 오겠다는 아들의 전화에 집에 와서도 쉬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그래도 복순씨는 즐겁다. 생선을 굽고 전을 부치고 수육을 삶는 수고는 전혀 그녀를 고단하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오지 않는다. 이번엔 참말이라더니, 역시나 이번에도 거짓말이었다. 다음 날 복순씨는 병원에 온다. 맨날 물리치료 받아 봤자 낫지도 않는 이곳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복순씨에게 전단지 한 장이 건네진다. 그것은 바로 새로 문을 연 요가원의 원데이 클라쓰다. 사실 어제 아들놈 먹이려고 잔뜩 만들어 놓은 음식을 나눌 이웃이 필요했던 복순씨는 슬그머니 요가원에 와 본다. 이곳에서 발바닥으로 작은 공도 굴려 보고 앉아서 다리도 쭉 뻗어 보고, 개업떡도 받는다. 이제 복순씨는 밭에서, 경운기 앞에서, 시장에서, 병원 앞에서 요가를 한다. 위로 쭉 뻗어 올린 두 손은 하늘의 기운을 가져오고 땅에 디딘 발에선 땅의 기운이 올라온다. 이제 복순씨의 몸에 들숨, 날숨과 함께 새로운 힘이 들어오고, 어쩌면 그것은 그녀에게 행복의 기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최범찬 감독의 <복순씨의 원데이 클라쓰>는 누군가의 엄마인 노모에게, 혹은 나의 엄마에게 보내는 엽서 같은 영화다. 많은 말을 구구절절하게 쓰지는 않았지만 몇 마디 문장 안에 어떻게 진심을 담을까 고심해서 눌러 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울림이 크다. 부디 복순씨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신아가 / 서울독립영화제2023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