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강미자 | 2024 | Fiction | Color | DCP | 67min (E)

TIME TABLE
11.30(토) 16:00-17:06 CGV압구정(신관) 4관 E, GV, 12
12.2(월) 17:30-18:36 CGV압구정(신관) 4관 E, GV, 12
12.4(수) 12:00-13:06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12
SYNOPSIS

알코올중독자 영경과 류머티즘 환자인 수환은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난다. 둘 모두 첫 결혼을 파했다. 스무 살부터 쇠를 만지는 일을 해 온 수환은 운영하던 철공소가 부도를 맞자 아내의 권유로 위장 이혼을 했다가 큰 빚을 떠안고 신용불량자가 된다. 위장 이혼 후, 수환의 아내는 수환 모르게 남은 재산을 처분해서 종적을 감췄다. 큰 빚을 떠안고 신용불량자가 된 수환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 바람에 염증은 척추까지 퍼지고 온갖 합병증이 발병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국어교사였던 영경은 결혼 1년 후 아이를 낳고 바로 이혼한다. 이혼 후 전남편의 식구들은 영경 몰래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 간다. 아이와 생이별을 하게 된 영경은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상태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어서 선생을 그만둔다. 둘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만났다. 이들은 서로의 결점을 말리고 설득하고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의 몰락을 지켜봐 주고 함께 앓을 뿐이다.

DIRECTING INTENTION

상처입은 채 폐허 위에 산다. 영경, 수환. 죽을 단도를 주머니에 숨겨두고 길을 걷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세월호의 사람들이며, 이태원의 사람들이다. 영화는 상처를 안고 폐허를 사는 사람들을 기록해 예술이 될까. <봄밤>의 영경과 수환은 호모사케르이다. 신에게조차 바쳐질 수 없는 버림받은 생명이며, 공동체에 들어와서는 안 될 비존재. 이들이 사랑을 한다. 순결하다, 고결하다 할 수 없는, 그냥 ‘처참한 사랑’이다. 영화는, 처참한 사랑… 이 사랑을 그리려 한다.

FESTIVAL & AWARDS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강미자

강미자

1998 현빈
2008 푸른 강은 흘러라

STAFF

연출 강미자
제작 이지상
각본 이지상, 강미자
촬영 이지상, 서태범
편집 강미자
조명 서태범
출연 한예리, 김설진

PROGRAM NOTE

남자(김설진)와 여자(한예리)는 지인의 재혼식에서 만난다. 뒤풀이가 있어 모두 거나하게 취한 밤, 남자는 술에 취한 여자를 업고 집으로 돌아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남자는 휘청거리면서도 느리고 무거운 걸음을 떼고, 여자는 마치 생명을 맡긴 듯 남자의 등에 온몸을 기댄 채 늘어져 있다. 어둡고 포근하고 무거운 밤이 두 사람을 감싼 채 멀어질 줄 모른다. 그렇게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의 밤은 마치 아침이 오지 않을 것처럼 반복되고 이어진다.
<푸른 강은 흘러라>(2008)를 연출한 강미자 감독이 오랜만에 완성한 영화 <봄밤>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동명의 단편이 원작이다. 소설이 중증의 알콜중독자 영경과 류머티즘 환자 수환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쇠잔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강미자 감독의 영화는 서사를 최소화하고 두 사람 사이 명멸하는 불빛을 시의 호흡으로 옮겼다. 카메라는 상황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전개를 거의 생략한 채 오직 두 사람의 몸짓을 응시한다. 이윽고 원작 소설 속 12년의 시간은 사라지고 마치 무한 속에 던져진 것 같은 두 남녀의 고인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애틋하다. <봄밤>은 시간이 부재하여 무한하게 확장되는 영화다. 칠흑의 시간 속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통각은 느리지만 정확하게 화면 전체로 스며들고 마침내 모든 순간이 삶처럼 고동친다. 그리하여 암막의 이미지 사이 순간이 영원이 되는 영화의 기적. 거칠고 아파서 더 아름답다.

송경원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