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이야기
본선 장편경쟁
김광인 | 2023 | Fiction | Color | DCP | 130min World Premiere
SYNOPSIS
이민을 준비하던 승태는 한국을 떠나기 전 6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찾아가 작별을 고한다. 동료들을 만나던 승태는 얼마 전 죽은 기훈의 시신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함께 노동하며 육체를 공유했던 그대에게 안식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광인
STAFF
연출 김광인
프로듀서 박지원
촬영 유재선
출연 백승태, 김재록, 정종훈, 곽두환
PROGRAM NOTE
보도블록 시공 노동자인 승태는 살던 집을 처분하고 엄마 거처에 머무르며 목공 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얼마지 않아 호주로 이주할 예정인데, 오랜 기간 현장에서 함께 일해 온 형들을 하나하나 만나 작별 인사를 전한다. 그가 낯선 땅에서 살아 보려고 결심한 이유나 그의 내적 고민을 일러 주는 장면은 따로 등장하지 않는다. <뿌리이야기>는 다만, 승태가 선배 노동자와 재회해서 술잔을 기울이며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대개는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담담하게 헤어지는 행로를 따라간다. 일견 평범해 보여도 승태의 행로와 그가 방문한 이들의 일상에는 견고한 반복성이 있다. 영화는 어스름한 새벽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실루엣으로 시작해서 그들이 다시 어둠 속에서 잠들기까지의 하루 면면을 응시한다. 정갈하게 살림을 돌보는 이들의 차분한 뒷모습, 함께 모여 앉아 밥을 먹는 가족들의 초상이 그 하루의 세밀한 풍경을 단단하고 다정하고 더러는 쓸쓸하게 지탱한다. 이제 곧 한국을 떠날 젊은 노동자는 지난 시간을 향한 부정과 회한 대신, 여전히 이곳에서 삶을 꾸려 갈 동료 노동자들의 마음가짐, 그들과 “서로 몸 비비고” 버텨 낸 지난 노동의 기억을 무엇보다 소중히 지켜 남겨 두려 한다. 과장된 수사 하나 없이 그저 더없이 깊게 포옹한 뒤 서로의 길을 걸어가는 그들 각자의 뒷모습처럼. 오늘도 익명의 사람들이 무심히 밟고 지나간 어느 보도블록에서 그렇게 노동의 구체적인 역사가 존엄히 되살아난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