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7000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김홍준, 황주호 | 1976 | Documentary | Color | DCP | 8min
SYNOPSIS
서울의 하루를 8mm카메라로 담은 다큐멘터리, 80년대 영화운동이 본격화 되기 전 순수 영화의 유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
DIRECTOR
김홍준, 황주호
김홍준
1994 <장미빛 인생>
1996 <정글 스토리>
STAFF
연출 김홍준, 황주호
촬영 한남희, 황주호
기록 박진회
PROGRAM NOTE
<서울 7000>의 엔딩 크레딧에 기재된 정보를 따르자면 이 영화는 코다크롬 40(Kodachrome 40) 필름을 써서 엘모 108(Elmo 108) 8mm 카메라로 1976년 11월에 서울에서 촬영되었다. “한 프레임씩 촬영되었으며 촬영 속도는 shot마다 다르게 조절”되었고, “이 영화의 제목에 붙은 숫자 7000은 타이틀을 제외한 모든 부분의 총 프레임 수”를 나타낸다는 점도 명기되어 있다. <서울 7000>은 1976년 당시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홍준과 황주호가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김홍준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독립영화라기보다는 ‘개인영화’)으로, 제3회 한국청소년영화제(1977년 6월 10일 하루 동안 영화진흥공사 시사실에서 개최)에서 기획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른바 ‘콤마 촬영’ 방식(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프레임 단위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서울 이곳저곳의 풍경을 기록한 이 작품은, 밴드 시카고(Chicago)의 음악 <The Approaching Storm>이 배경으로 깔리는 가운데, 새벽이 지나 해가 떠오르고 다시 해가 진 뒤 밤이 되기까지의 시간적 추이를 따라 서울의 하루를 재구성한 ‘도시 교향악(city symphony)’의 형식을 띠고 있다. 1980년대 영화운동의 모태가 된 서울대학교 영화동아리 얄라셩의 초기 멤버들이 이 동아리가 결성(1979년)되기 전에 개인적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1980년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진행된 얄라셩의 첫 공식 상영회(‘첫 번째 영화마당’)에서 동아리의 첫 공동작품인 <여럿 그리고 하나>(1980)와 함께 상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급속도로 근대화된 서울이라는 도시의 리듬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서울 7000>은 얄라셩과 이 동아리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서울영화집단(1982~1986)에서 제작된 작품들보다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제작된 몇몇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보다 가까이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라 할 수 있는 김구림의 <24분의 1초의 의미>(1969)나 이화여대 출신의 여성 영화인들이 결성한 실험영화 제작집단인 카이두 클럽(Kaidu Club)을 이끌었던 한옥희의 <구멍>(1974) 같은 작품을 감싸고 있는 도회적 감수성은 <서울 7000>에서도 분명히 감지된다. 차이가 있다면 도시의 리듬을 수용하는 한편 굴절시키는 매개자로서의 주체, 즉 권태에 빠져 있거나 소외된 도회적 주체의 형상 ― 유현목의 <오발탄>(1961) 이래 한국영화에 깊숙이 스며든 ― 이 <서울 7000>에는 등장하는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이 작품이 1970년대 중반 서울의 풍경을 담은 생생한 스케치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1990년대에 두 편의 장편극영화를 만들었던 김홍준은 21세기 들어 <나의 한국영화> 연작(2002~2006) 및 <가루지기 리덕스>(2008) 등의 개인적인 작품들을 내놓은 바 있는데, <서울 7000>은 이러한 작품들에서 뚜렷이 엿보이는 에세이적 성향이 그에게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유운성(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