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유랑

단편 쇼케이스

이루리 | 2023 | Fiction | Color | DCP | 15min (E)

SYNOPSIS

무더운 여름, 비인과 태호는 학교 축제 전야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 칼리는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전야제가 열리는 신목 아래에 그늘 넓이만큼 어린 귀신들이 모여 있다고. 학교를 거쳐간 아이들과 그 공간의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묘사하는 공동학원(空洞學園)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편.

DIRECTING INTENTION

방황하는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하는 나름의 과정에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관망하고자 한다. 생장은 조금 느리지만, 어린 음수목은 빛이 약한 그늘 아래에서도 잘 자란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3 제18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2023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23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2023 제7회 원주옥상영화제
2023 제15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23 제6회 머내마을영화제
2023 제6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2023 제1회 은평청년영화제 촬영상
2023 제1회 남도영화제
2023 제9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DIRECTOR
이루리

이루리

2021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STAFF

연출 이루리
제작 강홍주
각본 이루리
촬영 박건희
편집 이루리
음악 최혜리
미술 안정민
녹음 유의정
조연출 이수혁, 부승혁
출연 김규리, 정다원, 오지후

PROGRAM NOTE

폭염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어느 해의 한날한시에 태어난 비인과 태호.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들으며 자라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두 사람은 폭력적인 가정, 축제 전야제가 열리는 학교로부터 벗어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두 여린 영혼은 생에 대한 불안을 함께 나누며, 서로에게 기댈 곳이 되어 준다. 삼시 세끼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두 아이에게 음식을 내어주던 칼리는 너희와 같은 신명들이 머물고 있다는 신목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적을 써 준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삶이라도 조금 더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들은 숲으로 향한다. 익숙한 내러티브 화법을 구사하는 대신 감각적 영상의 연결 위에 시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신비주의적인 내용과 맞물려 귀기 어린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그렇게 홀린 채로 매혹당한 마음을 자꾸만 들여보다 보면, 메마른 땅일지언정 상처입은 어린 영혼들이 단단히 뿌리 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감독의 두터운 진심을 느끼게 된다. 좋은 것을 구해 잘 먹고, 편안한 곳에서 잠을 잘 자고. 어떤 믿음이라도 좋으니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데 쓰일 수 있기를. 그러한 진심을 양분 삼아 세상에 수많은 비인과 태호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관객들도 기원하게 될 것이리라.

임오정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