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서울독립영화제2024 (제50회)
유현목 | 1966 | Experimental | B/W | 35mm - DCP | 1min
TIME TABLE
11.30(토) | 14:00-14:5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CT, 15 |
12.6(금) | 17:50-18:41 | CGV압구정(신관) ART1관 | 15 |
SYNOPSIS
1964년 유현목 감독은 시네포엠 동인을 결성하고 실험적 단편을 제작했다. <손>은 캐나다 몬트리올국제박람회 입선작으로, 인간의 손이 인류의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DIRECTOR
유현목
1961 오발탄
1963 김약국의 딸들
1964 잉여인간
1968 카인의 후예
1981 사람의 아들
STAFF
PROGRAM NOTE
유현목의 50초 분량 단편영화 <손>은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국제박람회(Expo ‘67)의 단편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으로, 유현목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영역을 차지하는 ‘실험적’ 단편영화들과 문화영화 중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유실 상태에 머무르다가 오준호 서강대학교 교수가 퀘벡시네마테크에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해 수집되어 2016년 5월 일반에 공개되었다. 해외 상영본을 수집한 것이기 때문에 오프닝의 제명을 비롯한 작중 자막과 더빙 언어는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은 1960년대 후반 당시 국립영화제작소가 해외 영화제에 출품한 문화영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낯익은 건조한 목소리와 어투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본이 존재했다면 그 어조가 어떠했을지 추정하기 어렵다(몬트리올엑스포 단편영화제의 출품이 처음부터 콘테스트에 응모하는 형태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어본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당대 기사는 작품의 원작자로 최일수 문학평론가를, 연출자로 유현목 감독을 지목하고 있으며(동아일보 1966.12.30.), 발굴자인 오준호 교수는 이 두 인물이 품었던 ‘시네포엠’ 개념을 작품을 만들 당시 유현목이 이끌었던 영화 동인 “시네포엠”과 연관 지어 분석한 바 있다. 오준호 교수는 특히 <손>의 제작에 관여한 “시네포엠” 동인에 정부 선전기구인 국립영화제작소 출신들이 주축으로 활동했던 점과, <손>이 몬트리올 엑스포 단편영화제에 출품되는 과정의 특이성을 들어 이 작품이 이른바 “전위적 문화영화” 혹은 “실험적 문화영화”로 기획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제박람회와 국제영화제, 그리고 그러한 ‘국제적’ 행사에 각국의 공보·선전기구들이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연계되었던 냉전기 영화선전의 역사적 맥락을 감안하면(이상준 2023), 이러한 추정에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를 엄격하게 정의해서 ‘독립영화’의 계보 속에서 읽어 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작품이 제기하는 주제의식, 즉 “반전 평화”라는, 당시로서는 소위 ‘자유세계’의 선전 권력이 스스로 표방하지는 않았을 메시지나, 이를 표현하기 위해 취하는 ‘문화영화’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낯선 형식실험들은 제도가 규정하는 한계 내에서 나름대로 도전하고 (제도의 힘으로부터) 벗어날 방안을 찾은 시도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현목의 다른 작품들, 이를테면 “시네포엠”에서 만든 <선(線)>(1964)이나 본격적으로 문화영화 제작사인 유프로덕션을 설립하고 만든 <초원의 계절>(1973), <수중도시 여의도>(1973), <맑은 공기 깨끗한 물>(1973)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해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김한상 / 영상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