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한정길 | 2020 | Fiction | Color | DCP | 15min (E)
SYNOPSIS
안나는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의 부탁으로 집을 내려가게 된다. 집에서 마주한 엄마, 돌탑, 악몽은 서서히 안나의 깊은 곳으로 침투하기 시작한다.
DIRECTING INTENTION
어떤 편에도 설 수 없는 이 세상 모든 안나들에게.
FESTIVAL & AWARDS
2020 제71회 몬테카티니국제단편영화제
DIRECTOR

한정길
STAFF
연출 한정길
제작 류지윤
각본 한정길
촬영 최영우
편집 손서희
조명 최영우
음향 최혜리 (SUZO)
미술 한정길
동시녹음 정지원
출연 김예은, 송아영, 김수빈, 이근범
PROGRAM NOTE
<고래사냥>과 <노마드> 등의 전작에서 한정길 감독은 어떤 스타일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배가 뜨기를 기다리는 섬 소년이 맞닥뜨린 세상은 감독이 만나는 현실과 영화 세계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고래의 숨통을 끊으러 가는 섬 소년이 바다를 향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제 감독은 <안나>를 통해 자신 안의 넓은 바다로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 스타일을 지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물을 향해 다가가고 따라가는 카메라는 무심한 듯 더 가까이 인물 옆에 있다. 우리는 <안나>에서 열린 방문 너머에 마주 앉은 모녀의 풀숏에서 포착되지 않은 감정들을 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서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클로즈숏들이 얼굴을 빤히 드러낼 때 그 얼굴들에서 표정을 읽으면서 말해지고 들리는 것과 다른 것들이 그 얼굴들 안에 감춰져 있다는 것을 안다. 왜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보는 것이 필요한가 묻는 순간들이다. 얼굴은 폐허처럼 보이고 서툰 대화들 속에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얼굴의 안간힘이 보인다. 딸인 안나는 엄마가 하지 못한 말을 궁금해한다. 점점 비어 가는 이 공간들 속에서 문, 칫솔, 신발, 장롱 등 사물들을 떠나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는지,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있는 것인지. 기억을 불태우는 엄마를 목격하기 전에 안나는 엄마의 행위를 예지하고, 엄마를 말리기 위해 붙잡고서는 소리를 치고 화를 낸다. 그러고 나서야 정작 엄마에게 상처만을 남겼다고 홀로 읊조린다. 불은 재만을 남기지는 않는다. 음악은 불안의 기조를 대신 들려준다. 안나가 바라보는 친구들의 얼굴들, 추운 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따라 하는 몸의 동작들 속에서 “우리는 그때 행복하다”고 말하던 안나, 차가운 바닥에 몸을 기대지만 기도로부터조차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